Book/국외소설

ㅡ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 中, 문학동네

mediokrity 2016. 6. 1. 14:11

2016/6/1

 

“지옥보다 더 끔찍한 게 뭐란 말이오?”

내가 대답했다. “연옥이라오.”(46p)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젊은이는 지구상에 없다. 아아, 젊은이들이 그들의 배역에 따라 정치적 비극을 연기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은 그들이 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짜 보물이다.(72~73p)

 

“미국을 증오하는 건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야. 난 이 나라에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가 없어. 땅덩어리에는 관심이 없거든. 이건 분명 성격상 큰 결함이지만, 난 어떤 것도 국경을 기준으로 생각하질 못해. 국경이라는 가상의 선은 나에게 엘프나 픽시 요정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든. 난 국경이 인간의 영혼에 정말로 중요한 어떤 것의 끝이나 시작을 표시한다고 믿지 않아. 선과 악, 쾌락과 고통은 마음 내키는 대로 경계를 넘나들지.”(179~180p)

 

나는 일개 방송인으로서 단지 익살꾼에 그치기를 바랐지만, 이 세상은 익살꾼으로 남아 있기엔 너무나 어려운 곳이다. 이 세상에는 웃기를 싫어하고, 생각을 못하고, 함부로 믿고 호통치고 증오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고 싶어했던가!

사람들이 절대적인 믿음에서 나오는 달콤한 기적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간에, 나는 그런 믿음이 대단히 끔찍하고 전적으로 비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212~213p)

 

싸움을 벌일 이유는 많다. 하지만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전지전능한 하느님도 자기와 함께 적을 증오한다고 상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악이 어디 있는 줄 아는가? 그건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신과 함께 적을 증오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온갖 추악함에 이끌리는 것이다. 남을 처형하고, 비방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전쟁을 벌이는 것도 백치 같은 그런 마음 때문이다.(319~320p)

 

친애하는 친구분들께

가정에서,그리고 사회에서 실생활을 통해 인생을 폭넓게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는 어떠한 장난감도 아이들에게 사회에서 맞닥뜨릴 경험의 백만분의 일조차도 준비시켜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아이들은 가능하다면 태어난 순간부터 실제 인간과 실제 사회를 통해 실험을 해야 합니다. 만일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재료를 이용할 수 없다면, 그때 장난감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친구분들! 이 카탈로그에 소개된 것처럼 순하고, 즐겁고, 매끄럽고, 조작하기 쉬운 장난감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조화로운 면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평화와 질서를 기대하고 자라나 산 채로 잡아먹힐 것입니다.

아이들의 공격성 해소라는 면에도 나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 세계에서 분출할 수 있도록 모든 공격성을 잘 품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 중에서 어린 시절에 안전밸브가 꽉 잠겨 속을 부글부글 끓이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내가 일주일에 평균 스물다섯 시간을 담당했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마흔다섯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들의 예리한 모서리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노아의 방주라는 장난감에 태웠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장난감 동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실제 어른을 감시하면서, 어른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무엇에 욕심을 부리는지, 그 욕심을 어떻게 채우는지,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미치광이가 되고 어떤 미치광이가 되는지 등을 배워나갑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문명 세계라면 어디에서든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성공할 것이라 장담하는 바입니다.(335~337p) 

 

 

 

ㅡ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 中,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