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외소설

ㅡ 모신 하미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中, 문학수첩

mediokrity 2016. 6. 15. 14:22

2016/6/15

 

혹시 지금 자기계발서를 쓰고 있는 사람이 들으면 섭섭한 얘기겠지만, 자기계발서라는 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아보겠다는 이야기인데, 그 누군가는 바로 그 책을 쓴 사람이다. 이것은 자기계발이라는 분야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 그렇다. 개인적인 발전을 도와준다는 책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종교서 역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또 일부에서는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은 땅바닥에 눕혀놓고 칼로 목을 벤 뒤 피를 말려 죽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니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얼른 넘어가는 게 좋겠다.(11p)

 

부를 향한 길에는 가끔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향배를 좌우하는 건 선택이나 욕망, 노력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순전한 우연이다. 당신의 경우 출생 순서가 그 향배를 결정한다. 셋째로 태어났다는 사실인즉 조만간 시골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페인트공의 조수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기도하다. 또한 세상을 일찍 떠난 당신 집안의 넷째와는 달리, 어느 나무 밑동의 조그만 무덤 속에 유골이 돼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사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40p)

 

사실 유명세란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면, 마치 구름처럼 높은 상공에 저 혼자 떠 있거나 더욱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확장된 일부일처제라는 속박에 얽매이지 않는 대신, 유명세를 영구화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떠받쳐 줄 시청자들에게 헌신한다.(134p)

 

아내와 함께 침대에 나란히 누운 당신은 그녀의 몸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정전 사태에 대비해 최근 아래층에 설치한 소형발전기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목뒤가 자꾸 뻣뻣해지는 탓에 목에 수건을 받치고 누운 당신은, 아내의 사랑이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그 사랑이 영영 사라지고 나면 그제야 못 견디게 그리워질 거라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다.(143p)

 

 

 

ㅡ 모신 하미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中, 문학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