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앙투안 콩파뇽, <인생의 맛> 中, 책세상

mediokrity 2016. 7. 6. 14:08

2016/7/6

 

180p 남짓한 분량으로 몇 줄의 발췌문으로 몽테뉴의 “수상록”을 다루는 책이다. 이 책으로 몽테뉴와 그가 쓴 수상록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출판 의도도 아닐뿐더러 불가능하다. 그와 그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성취는 이루었다고 본다.

 


몽테뉴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신이 보다 진중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몰두하는 대신 동요하고 “고삐 풀린 말”처럼 사방으로 날뛰며, 그가 직무에 짓눌려 지내던 법관 시절보다 더 산만해졌다. “기괴하기 그지없는 키메라와 괴물들”이 그의 정신을 지배했고, 기대했던 평화 대신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명화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에서처럼 악몽과 혼란이 자리 잡았다.

몽테뉴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애초에 그가 은퇴한 것은 집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묵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집필은 불안을 잠재우고 괴물들을 다스리기 위한 자구책으로서, 치료약으로서 고안된 것이었다. 몽테뉴는 그 상념들을 글로 쓰기로, “기록부에 남기기로” 결심했다고 밝힌다. 기록, 장부, 커다란 출입 목록 기록부. 그는 상념들을 정리하고 자신을 다시금 통제하기 위해 생각과 망상의 장부를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요컨대 몽테뉴는 고독 속에서 지혜를 구하려다 광기에 발을 살짝 디뎠다. 그리고 이를 기록함으로써 환상과 망상에서 벗어나 치유될 수 있었다. <수상록> 집필은 몽테뉴가 자신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54~55p)

 

몽테뉴가 프랑스어로 책을 쓰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그가 바라는 독자층이, 남자들에 비해 고대 언어에 익숙지 않은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몽테뉴가 그의 책에서, 특히 ‘베르길리우스의 시에 대하여’에서 지극히 내밀한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라틴어 시구를 잔뜩 인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겠다. 사실이다. 그는 모순 덩어리 인간이었다.(72~73p)

 

“저는 남의 말을 하지 않지만 혹시 하게 된다면 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몽테뉴는 이 말을 통해 타인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임을 상기시킨다. 그가 다른 이의 글을 읽고 인용하는 것은, 그 글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면 또한 남도 보인다. 자신에 대한 깨달음은 타인에 대한 깨달음의 서곡이다. 그는 타인 덕분에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타인도 더 잘 알게 된다고 말한다.(90~91p)

 

나의 이해력은 노상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나는 나중에 한 사색이라고 해서 처음에 한 것보다 결코 덜 의심하지 않는다. 과거의 생각이건 현재의 생각이건, 불확실하기는 매한가지다. 우리는 남을 교정하듯 스스로를 교정하는 우를 범한다. 1580년에 내 첫 책이 출간된 이후로 수년이 흘렀고, 그만큼 나도 늙었다. 그러나 내가 조금이라도 더 현명해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의 나와 잠시 뒤의 나는 확실히 둘이다. 어느 편이 더 나은가? 나로서는 대답할 길이 전혀 없다.(96p)


이 두 가지 교제(사랑과 우정)는 우발적이고 타인의존적이다. 하나는 드물어서 곤란하고, 다른 하나는 나이와 더불어 시들어버린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나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세 번째는 바로 책과의 친교인데, 이것이 가장 확실하고 우리와 가깝다. 앞의 우 가지가 가진 장점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책은 꾸준히 그리고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그것만의 장점이 있다.

(...)

책은 나와 전 여정을 함께하며 어디서나 나를 돕는다. 나의 노화와 고독을 위로하고, 권태로운 무위의 짐을 덜어주고, 성가신 친구들을 언제라도 떼어내주고, 극단적이거나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고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다.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책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 책은 이내 나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고통을 덜어준다. 또한 내가 보다 실제적이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다른 편익이 없을 때에만 찾더라도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언제나 똑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116~118p)



 

ㅡ 앙투안 콩파뇽, <인생의 맛> 中, 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