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나이절 워버턴, <철학자와 철학하다> 中, 에코리브르

mediokrity 2016. 10. 15. 02:00

2016/10/14

 

 

그러면 이제 왜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가 하는 에피쿠로스의 물음으로 돌아가자.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죽음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 일어날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20세기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철학 논고>에서 죽음은 삶에서의 사건이 아니다고 씀으로써 이러한 견해를 메아리치게 한 셈이다. 사건들이란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지만, 우리 자신의 죽음은 경험 가능성의 제거일 뿐 우리가 의식할 수 있고 따라서 어떻게든 살아서 겪는 무언가가 아니다.

(...)

에피쿠로스가 죽음의 공포로부터 추종자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 또 다른 방법은 우리가 미래와 과거에 관해 느끼는 것이 각각 다름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미래를 염려하지만 과거를 염려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좀더 일찍 태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어머니의 태내에 있었던 몇 달간이나, 심지어 임신 전이어서 단지 부모들에 대한 가능성일 뿐이었던 순간들, 그뿐만 아니라 억겁의 시간이 우리가 출현하기 전에 흘러갔다. 우리는 보통 태어나기 전의 모든 시간동안 존재하지 않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모든 시간을 어째서 염려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이 참이라면 어째서 죽음 이후 우리가 존재하지 않을 영겁의 시간을 그토록 염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의 생각은 균형 잡혀 있지 않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의 시간보다 죽은 후의 시간을 걱정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 에피쿠로스는 이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것을 알고 나면 우리는 죽음 이후의 시간을 탄생 이전의 시간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별다른 관심거리일 수가 없다.(36~37p)

 

 

 

나이절 워버턴, <철학자와 철학하다> , 에코리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