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외소설

ㅡ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민음사

mediokrity 2016. 10. 22. 01:49

2016/10/22

2018/8/1



굉장히 관념적인 소설이라 어렵게 느껴지고 실제로도 그러하지만, 앞쪽 절반 정도는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시기에 뭔들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만 청소년기에 읽는다면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는 많은 고민거리를 해결하는데 일정부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그런 칼자국과 균열은 다시 늘어난다. 그것들은 치료되고 잊혀지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 안에서 살아 있으며 계속 피흘린다.(26p)

 


데미안이 나를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병들고 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나는 확신한다. 당시에도 이 구원을 나는 내 짧은 인생의 가장 큰 경험으로 느꼈다. 그러나 구원해 준 사람을, 그가 기적을 완수하자, 나는 곧 제쳐두었다.(59p)

 


생각이란, 우리가 그걸 따라 그대로 사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너의 <허용된 세계>는 세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넌 알았어. 그리고 두번째 절반을 감추려고 했어. 신부님들과 선생님들이 그러듯이. 넌 그걸 감추지 못할 거야! 누구도 안 돼, 한 번 생각하기를 시작하고 나면 말이야(85p)

 


베아트리체 시절의 저 몇 주일, 몇 달의 다정한 안정이 오래전에 사라졌다. 하나의 섬에 도달했고 평화를 찾아냈다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늘 그랬다. 하나의 상태가 나에게 좋아지자마자, 하나의 꿈이 내게 편안해지자마자, 그것은 어느새 벌써 시들고 흐려졌다. 부질없다, 그 뒷모습을 보며 탄식함은!(129p)

 


당시에 나는 흔히들 말하는 대로 <우연>에 의해서 특이한 도피처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131p)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152p)

 


당시에 나는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던가. 그가 화를 냈으면 하고, 그가 자신을 방어하고 나한테 소리쳐주었으면!하고.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피스토리우스가 주제넘고 배은망덕한 제자의 공격을 그렇게 소리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침묵하고 내가 옳다고 인정함으로써, 그가 나의 말을 운명으로 인정함으로써 그는 내가 나 스스로를 미워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나의 경솔함을 천배 더 크게 만들었다. 때리려 달려들었을 때 나는 방어력 있는 강한 사람을 쳤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맞은 사람은 인고하는 고요한 인간, 말없이 항복하는 무방비한 사람이었다.(169-170p)

 

 

 

헤르만 헤세, <데미안>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