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찰스 부코스키, <호밀빵 햄 샌드위치> 中, 열린책들
2016/10/22
2019/8/1
너무 싫을 땐 애원하지도 않게 되는 법이었으니까(218p)
사람들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내겐 없었다. 어쩌면 나는 수도사가 되어야 할지도 몰랐다. 나는 신을 믿는 척하면서 좁은 방에 살면서 오르간이나 연주하고 와인에 취해서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하고 섹스하려 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명상을 위해 몇 달씩이나 좁은 방 안에 들어가면 아무도 볼 필요가 없을 테고, 사람들은 내게 와인이나 보내 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검은 수사복은 순수 모직 100퍼센트라는 것이었다. 그건 학군단 제복보다 더 나빴다. 난 그런 옷은 입을 수 없었다. 다른 것을 생각해야 했다.
(...)
어째서 나는 여기 왔을까? 나는 생각했다. 어째서 항상 나쁜 일과 더 나쁜 일 사이에서 고르는 문제가 될까?(235p)
생각과 단어는 끝내 쓸모없을지라도 매혹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238p)
나이 스물다섯에 대부분의 사람이 끝장난다. 자동차를 몰고, 밥을 먹고, 아기를 갖고, 자기랑 비슷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는 등 가능한 최악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머저리들이 가득 찬 망할 나라.
나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어떤 것에도 아무 흥미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는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인생에 어떤 취미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내가 모자라서였다. 그럴 수도 있었다. 나는 종종 열등하다고 느꼈다. 나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갈 데가 없었다. 자살? 하느님 맙소사, 그저 귀찮을 일만 더할 뿐이지. 나는 5년 동안 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첼시 고등학교, 학군단에 남아 있었다. 여전히 내 부스럼과 함께. 그 때문에 항상 완전히 망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248p)
내 앞에 뻗은 길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가난했고 앞으로도 계속 가난하게 살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돈을 원하지는 않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 아니, 알았다. 나는 숨을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곳을 원했다. 무언가 된다는 생각은 소름 끼칠 뿐만 아니라 구역질까지 났다. 변호사나 지방 의원, 기술자나 뭐 그런 게 된다는 생각은 얼토당토않아 보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가족 구조의 덫에 갇히고. 매일 어디론가 일하러 나가고 돌아오고. 얼토당토않았다. 단순한 일이라도 뭔가 한다는 것, 각종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 가족 소풍이나, 크리스마스, 독립 기념일, 노동절, 어머니날·····. 인간은 이런 것들을 견디기 위해 태어났다가 죽는 것인가? 차라리 접시 닦이가 되어 작은 방으로 홀로 돌아가서 나 혼자 술 마시다 죽는 편이 나았다.(275p)
“쟤들이 부자라고 욕할 순 없지.” 지미가 말했다.
“아니, 난 씨팔 쟤들 부모를 욕하는 거야.”
“쟤들 할아버지 할머니도.” 지미가 말했다.
“그래, 쟤들처럼 새 차와 예쁜 여자 친구가 생기면 나라도 기분 좋겠다. 그럼 사회 정의 같은 것 따위에는 개뿔 신경도 안 쓸걸.”
“그래.” 지미가 말했다. “사람들이 불의에 신경 쓰는 때는 오직 지들이 당했을 때뿐이지.”(283p)
작업복을 입은 채로 나는 거기에 서 있었다. 이게 보통 일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주지사든 환경미화원이든, 외줄타기 곡예사든, 은행 강도든, 치과 의사든, 과일 농장 인부든, 이런 식 아니면 저런 식이었다.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하길 바란다. 자기 자리에 배치받지만 서서 어떤 얼간이를 기다려야 한다. 거기서 나는 엘리베이터 운전사가 똥 싸러 간 동안 작업복을 입고 녹색 카트 옆에 서 있었다.
그때 어째서 부자로 태어난 운 좋은 남녀 아이들이 항상 웃고 있는지를 명확히 깨달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297p)
여자들은 돈 잘 버는 남자를 원했다. 여자들은 지위가 있는 남자를 원했다. 얼마나 많은 품격 있는 여자들이 밑바닥 건달들과 살고 있을까? 뭐, 어쨌든 나는 여자를 원하지 않았다. 같이 사는 것도 싫었다. 어떻게 남자들은 여자들과 살 수 있었을까? 그게 무슨 뜻이었을까? 내가 원하는 건 3년 치 식량이 있는 콜로라도의 동굴이었다. 엉덩이는 모래로 닦으면 된다. 무엇이든, 이 지루하고, 사소하고 비겁한 존재 속에서 익사하지 않을 수 있는 무엇이든.(302p)
ㅡ 찰스 부코스키, <호밀빵 햄 샌드위치> 中,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