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외소설

ㅡ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中, 살림

mediokrity 2016. 11. 11. 22:52

2016/11/11

 

 

특히 말투에 관해서 말하자면, 가까운 사람들의 말투가 나에게 전염되어 지금은 이즈미 씨와 스가와라 씨의 말투를 섞은 것이 내 말투가 되어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전에 스가와라 씨의 밴드 동료들이 가게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 여자들의 옷차림과 말투는 스가와라 씨와 비슷했고, 사사키 씨도 이즈미 씨가 들어온 뒤로는 수고하십니다!”하는 말투가 이즈미 씨와 똑같아졌다. 이즈미 씨가 전에 일했던 가게에서 친하게 지냈다는 주부가 일을 도우러 왔을 때는 옷차림이 이즈미 씨와 너무 비슷해서 착각할 뻔했을 정도다. 내 말투도 누군가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35-36p)

 

 

같은 일로 화를 내면 모든 점원이 기쁜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직후의 일이었다. 점장이 버럭 화를 내거나 야간조의 아무개가 농땡이를 부리거나 해서 분노가 치밀 때 협조하면, 불가사의한 연대감이 생기고 모두 내 분노를 기뻐해준다.(39p)

 

 

성 경험은 없지만 성욕을 특별히 의식한 적도 없는 나는 성에 무관심할 뿐 특별히 괴로워한 적은 없었지만, 모두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설령 정말로 그렇다 해도, 반드시 모두가 말하는 그런 알기 쉬운 형태의 고뇌라고는 할 수 없는데,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쪽이 자기네한테는 알기 쉬우니까 그런 걸로 해두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 내가 삽으로 남학생을 때렸을 때도, 어른들은 모두 분명 가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근거도 없는 억측으로 우리 가족을 비난하고 괴롭혔다. 내가 학대당한 아이라면 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게 틀림없다, 순순히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49p)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게 민폐였고, 그 오만한 태도가 성가시게 느껴졌다. 너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처럼 상대를 삽으로 때려서 그러지 못하게 해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70p)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는 그게 몹시 흥미로워서 그렇게 깔보는 사람의 얼굴 보는 걸 비교적 좋아한다. , 저게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자기가 하는 일인데도 그 직업을 차별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나는 무심코 시라하 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깔보는 사람은 특히 눈 모양이 재미있어진다. 그 눈에는 반론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 또는 상대가 반발하면 받아쳐줘야지 하는 호전적인 빛이 깃들어 있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깔볼 때는 우월감이 뒤섞인 황홀한 쾌락으로 생겨난 액체에 눈알이 잠겨서 막이 쳐져 있는 경우도 있다.(81p)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98p)

 

 

방금까지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거는 상대에게 화를 내고 있었는데,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것과 같은 가치관의 논리로 나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시라하 씨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 인생이 강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의 인생을 똑같이 공격하면 마음이 다소 개운해지는지도 모른다.(110p)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