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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이선배, <싱글도 습관이다> 中, 나무[수:]/ ㅡ 이선배, <선택하지 않을 자유> 中, 허밍버드

mediokrity 2017. 3. 17. 23:30

2017/3/17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침대에 누워 있다 보면 세수도 안 하고 TV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게 된다. 친구와 약속이 있지만 막상 나가려니 귀차니즘이 발동해 적당히 핑계를 대고 취소해버린다. 중국집에서 점심을 시켜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졌다. 불현듯 왠지 모를 공허함이 엄습한다. 재빨리 친구에게 전화해서 수다 좀 떨어주고 이제 막 시작한 TV 버라이어티 쇼나 드라마를 보며 낄낄거린다.’

이 하루가 서른 즈음 짝 없는 싱글녀들의 삶을 대변한다. 삶은 대체로 순탄하고 평화롭다. 취직하기 몹시 힘들었던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포장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 친구, 식도락, 여행 같은 즐길 거리가 있어 매일이 그리 지루하진 않다. 하지만 매년 생일을 맞을 때마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게 문제다. 이십 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친구, 동료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케이크라도 자르며 보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생일 파티에 와주는 친구들이 하나둘 줄어들고 있다. 일부러 부르기도 멋쩍고 어쩐 일인지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불편해졌다. 분위기 좋은 어느 바에서 와인 잔도 부딪치고 싶고, 의미 있는 선물도 받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없다.(24p)

 

 

 

이선배, <싱글도 습관이다> , 나무[:]

 

 

 

나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이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이 결혼해도 행복하다라는 말을 한다. 혼자 잘 지내야 결혼해도 행복하다는 단순한 뜻은 아니다. 혼자일 때 이런저런 이유로 불만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결혼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란 기대는 금물이란 의미다. 즉 혼자서도 불행하다면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의 이목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질투심이 강한 사람이 무리해서 결혼하면 더 불행해지기 쉽다.(52-53p)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성향이 비슷한 남자와 평생 사는 일이 더 싫다. 게으름, 핑계 대기, 쪼잔함····· 나이 먹어도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단점들을 배우자에게서 보는 일은 끔찍하다.(64p)

 

 

대화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발전적 방향으로 변화가 생기면 그 관계는 언제까지나 지속돼도 좋다. 하지만 처음부터 풀 수 없이 얽힌 관계임을 깨달았다면 미안함과 정에 휘말려 더 큰 고통을 부르기보다 서로의 길을 가는 편이 낫다.

다툼의 양상도 중요하다. 안 풀리는 다툼들은 다음과 같다.

한쪽이 성질을 못 참고 소리 지르면 다른 한쪽이 더 큰 소리 나는 사태가 싫어서 넘어가는 경우, 양쪽 다 자기주장만 하다가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경우, 주위 사람에게 상대방을 험담하는 경우, 갈등이 극대화된 순간 한쪽이 그 장소를 벗어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돌아오는 경우 등이다. 해결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으므로 어느 사례도 좋지 않다.

그보다 최악은 폭력이 동반된 다툼이다.(131p)

 

 

 

이선배, <선택하지 않을 자유> , 허밍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