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찰스 백스터, <서브텍스트 읽기> 中, 엑스북스

mediokrity 2017. 4. 7. 11:50

2017/4/4

 

 

소설에서 연출은 어떤 장면이나 무대에 등장인물들을 전략적인 곳에 배치시켜 글로 표현되지 않은 미묘한 차이가 드러날 수 있게 한다. 연출은 등장인물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혹은 극적으로 강조가 필요한 장면에서 어떤 특정한 자세를 취할지, 얼굴 표정이 어떠할지, 인물들이 정확히 어떤 말을 할지, 안팎에 어떤 소도구를 설치할지를 포함할 수 있다. 극단적 상세묘사는 연출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영화감독이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스케치하듯이, 연출은 작가들에게 등장인물들을 연출하게 한다. 연출이란 극적인 상황이 고조되고 언어로 표현된 것이 언어 외적인 것으로 도피할 때 장면 속에 암시된 아주 상세한 묘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또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무엇을 말할 수 없는지를 보여 준다.(22-23p)

 

 

커리어스 게임의 어두운 진실은 인생에서 원하는 것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라는 것과 얻는 것의 불일치는 게임이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한다. 돈을 바랐지만 사랑을 얻을 수도 있다. 명성을 원했지만 얻을 수 있는 거라곤 돈뿐인 때도 있다. 세 가지 모두를 바랄 수도 있지만 이도 저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인생에서 자신이 원했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얻게 되는 일은 관점에 따라 비극이 되기도, 희극이 되기도, 혹은 그 둘이 섞인 것이 되기도 한다. 이는 관찰자가 어디에 서있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당신은 원하는 바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갈망하거나 욕망하는 것은 소리내어 말할 수 없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입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절치 않은 것을 원하거나 너무 많이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많은 훌륭한 이야기와 신화의 핵심이다. 저 유명한 오이디푸스를 보라. 잘못된 것을 원하고, 또 갖게 되는 것을.(44-45p)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은 누군가가 생각도 못했던 일이 아니며, 또 어떤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생각도 아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은, 한 개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파괴적이며 그리고 그 결과,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생각되어 왔지만 의식의 흐름에서 밀려나 의식의 가장자리에 곪아터지는 곳에 포섭되었다.(73p)

 

 

때때로 당신이 듣지 않는 것은 당신이 실제로 말하는 것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97p)

 

 

문학이 가능하게 하는 ‘반영’, 즉 우리 자신을 비추는 그 어두운 수면은 어쩌면 아무 목적을 갖지 않는지 모른다. 위대한 음악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예술의 무목적성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예술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실용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무의미함을 면하는 방법으로, 또 쓸모없는 행위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로 우리는 (특히 미국사람들은) 문학을 도덕적으로 고찰하고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에서 마주치는 괴로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읽고 쓰기를 꺼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 인생에서 좋은 경험은 문학에서는 종종 좋은 일이 아니며, 또 역으로 소설의 좋은 요소를 인생에 적용했을 때 좋지 않을 수도 있다.(139p)

 

 

 

 

ㅡ 찰스 백스터, <서브텍스트 읽기> 中, 엑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