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팀 던럽, <노동 없는 미래> 中, 비즈니스맵
2017/4/19
사람들은 이제 모든 걸 자신이 하는 일로 규정짓는 존재로 변신해, 계속 발전 중인 자동화 때문에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부터 풀려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기회보다는 위협으로 느껴지고 있다.(48p)
그래서 반드시 이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반정부주의이지만,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정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국가는 국가 수입을 재분배해 복지를 분배하는 일보다는 한때 시장이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분야에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교육에서 취업 알선에 이르는 모든 것이 민영화되고 민간 기업들에 팔리고 있으며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만들어 그 안에서 서비스 공급업자들이 경쟁하게 하는 것이다.(68p)
그러나 일자리가 부족해져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직업윤리이다. 마치 고용의 물리적 조건들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번영기 이래로 전혀 변한 게 없다는 듯, 열심히 일하며 열심히 경력을 쌓는 일은 여전히 높이 평가되는 가치이며, 그래서 너무 게을러 일자리도 찾이 않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여전히 경멸당하고 있다.(80p)
노동 시장은 세계화되었고, 그런 시장에 일자리보다 노동자가 더 많다. 노동자들은 갈수록 더 불안정해져 가는 일에 종사한다.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아동이 포함된 전 세계 노동자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과잉 인구는 배제되어 감옥이나 임시 수용소, 슬럼가로 보내진다. 기술 덕에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직장과 가정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일자리에서의 작업 일정과 개인적인 가정생활 또한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 모든 게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체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고, 시장의 가치들이 삶의 모든 측면 속에 통합되어, 우리는 점점 불안정해져 가는 직업 시장에서 자신 스스로를 마케팅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일종의 개인 기업가들로 변해가고 있다. (...) 게다가 일이 점점 불안정해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의 현재를 보면 여전히 엄격한 직업 윤리가 작동 중이고, 일자리를 갖는 것이 단순히 경제적으로 필요한 일일 뿐 아니라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87-88p)
과거에도 모든 게 아주 잘 풀렸기 때문에 미래에도 잘 풀릴 거라는 생각은 결코 지속가능한 생각이 못 된다.(129p)
긱 경제 기업들은 중앙 집중화되고 이해하기 힘든 훈육과 징계 방식의 경영을 가리기 위해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긱 경제 기업들이 택시나 호텔 같은 전통적인 업계들이 따라야 하는 규정을 준수하는 대신 고객 평가 시스템을 택하고 있고, 또 그 같은 평가들을 자기 ‘직원들’, 그러니까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방을 공급하는 도급업자들에 대한 훈육과 징계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톰 슬리의 말을 들어보자.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될 경우, 고객들은 별 3개짜리 후기를 올리고 싶어 하지 않으며, 회사로 직접 전화를 걸고 싶어 한다. 그런데 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버는 한때 거래개선협회로부터 F 평가를 받았었는데, 주로 고객 불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평가 시스템은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신뢰할만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자기 직원들을 길들이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긱 경제 기업들은 대개 노동자들에게 의료 보험, 휴일 급여, 병가, 최저 임금 등은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직원들에 대한 나름의 관리 표준을 유지해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그러기 위해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부담하는 위험과 비용(각종 보험에서 재고 관리, 의료비, 임금, 휴일 급여 등)을 거의 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긱 경제에서 일하려면 노동자가 자기 돈으로 재고를 사고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자동차를 임대하고 부동산을 임대하고 주어진 일을 하는 등), 또 노동자가 보험료도 내고 각종 규제 문제도 처리하고 고객도 직접 상대해야 한다. 자동차가 고장 난다거나 단기 체류 아파트의 샤워기가 물이 샌다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임시 일을 하기 위해 구비하고 있지 않은 연장이 필요할 경우, 그 비용 역시 애플리케이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동자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당신이 만일 어떤 애플리케이션 기업에 채용된 노동자라면, 휴가를 가고 싶을 때 언제든 갈 수 있지만, 휴일 급여 개념 없는 휴가를 가야 한다.(145-146p)
ㅡ 팀 던럽, <노동 없는 미래> 中, 비즈니스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