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中, 시공사

mediokrity 2017. 8. 12. 18:31

2017/8/6

 

 

 

우리 부부는 30년 넘게 같이 살면서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했습니더. 비결이 뭔지 압니꺼?”

내가 물음표를 담은 눈으로 쳐다보자 그분은 특유의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충고를 안 해야 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어도 충고를 안 해야 되는 거라예. 그런데 살다가 아, 이거는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한 번은 얘기를 해줘야 되겠다······ 싶을 때도 충고를 안 해야 돼요.”(33p)

 

 

“2, 30대에 철없는 짓, 멍청한 짓, 미친 짓 골고루 다 해봐야 비로소 40대에 반복할 때도 익숙해서 좋다.”(80p)

 

 

에밀리 디킨슨의 이런 시가 있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90-91p)

 

 

관점이란 어떤 문제를 보는 시각, 눈높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 등의 문제다. 이것은 그 사람의 직간접 경험이 쌓여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에 비해 태도란 행동 또는 선택이라는 뉘앙스가 더 들어가는 말인 듯하다. 어떤 문제에 대해 능동적 또는 수동적 태도를 취할 수도 있고, 긍정적 또는 부정적 태도를, 때로는 무관심한 태도라는 것도 가능한데 이것 또한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무관점이란 그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질 만큼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는, 다시 말해 그냥 무식하다는 말과 같다.

무관심한 태도란 그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알고 싶지 않다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라는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관점과 태도의 관계는, 어찌 보면 말과 행동또는 생각과 실천이란 쌍과도 비슷하다. 두 항목은 배치된 것이 아니며,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관점에서 태도가 비롯되고 태도가 다른 관점을 불러온다.(184-185p)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그물을 정의하는 두 가지 방법을 말했다.

 

1.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실 따위를 엮어 만든 기구

2. 끈으로 엮은 구멍들의 집합체

 

전기 작가들은 1번을 사용해서 한 인물의 실체를 건져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2번의 구멍들을 통해 대부분의 진실을 흘려버리고 자신이 취하고 싶은 것만 그물코 위에 남겨두는 것이다.

진실을 반영한다는 것은 실로 이와 같다. 수전 손택을 인용하면 사진을 찍는 것은 구도를 잡는 것이며, 구도를 잡는 것은 뭔가를 배제하는 것이다.’(194-195p)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