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中, arte
2018/2/4
미리암은 루이즈와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머리에 스쳐가는 어떤 생각, 잔인하지는 않지만 부끄러운 그런 생각을 엠마에게 절대 털어놓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서로가 서로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에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우리 자신만의 삶, 우리 자신에게 속한 삶, 다른 이들과 상관없는 삶을 살 수 있을 때. 우리가 자유로울 때에만.(53p)
“루이즈, 당신 같은 처지라면, 독신에 겨우 밥벌이를 하는 그런 상황이면 말이에요, 보통은 아이를 낳지 않아요.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하자면, 당신이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느껴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보같이 웃으며 나한테 외서 이렇게 통보를 하다니요. 그러면 어쩌라고요? 샴페인이라도 딸까요?” 그는 커다란 방에서 뒷짐을 지고 미완성 캔버스들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당신은 이게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분별력이 없어요? 내 말 들어봐요, 당신은 상황이 나아지게 도움을 주려는 나 같은 주인을 만난 게 다행이에요. 벌써 진즉에 내쫓았을 사람들을 내가 많이 알죠. 세상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 내 어머니를 당신에게 믿고 맡기는데, 당신은 이렇게 경솔하고 경우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군요. 일이 없는 저녁에 당신이 뭘 하든 상관 안 해요. 문란한 당신 사생활은 내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하지만 삶은 파티가 아니라고요. 아기를 낳아서 어떻게 하려고요?”(138-139p)
폴의 어머니 실비는 그들을 비웃었다. “너희는 보모에게 아주 대단한 주인처럼 구는구나. 좀 너무하는 것 같지는 않니?” 폴은 기분이 상했다. 그의 부모는 돈과 권력을 혐오하고 약자에 대한 존중을 약간은 과시하면서 그를 길렀다. 그는 자신과 동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늘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해왔다. 그는 상사에게도 언제나 말을 편하게 했다. 명령을 내린 적도 없다. 하지만 루이즈로 인해 그는 주인이 되었다. 아내에게 경멸스러운 조언을 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팔을 뻗어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을 너무 다 들어주지 마, 계속해서 뭘 요구해댈거야.”라고 말한다.(157p)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이곳의 어려움, 어두움을 짐작은 하지만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루이즈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녀는 그들 손을 잡고 눈높이를 맞추지만 이미 그들은 다른 곳을 본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놀이를 찾아냈으니 누가 말하는 것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불행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척하지 않는다.(269p)
아이들의 외침 소리에 짜증이 치민 그녀도 소리를 지르고 싶다. 신경이 거슬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날카롭고 불쾌한 소리, 그들이 ‘왜!’, 그들의 이기적인 욕망들로 머리가 부서질 것 같다. “내일 언제?”라고 밀라가 수백 번도 더 묻는다. 아이들이 더 해달라고 애원하지 않으면 루이즈는 노래 한 곡도 부르지 못한다. 그들은 이야기, 놀이, 갖가지 얼굴 표정, 모든 것을 영원히 다시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루이즈는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다. 그녀는 눈물과 투정과 히스테릭한 기쁨에 더 이상 너그럽지 않다. 가끔 손으로 아당의 목을 잡고 기절할 때까지 흔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녀는 고개를 크게 저어 이런 생각을 털어낸다. 그러면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되긴 하지만 이미 그녀는 끈끈한 검은 늪에 휩쓸리고 말았다.(272-273p)
ㅡ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中,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