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中, 마음산책

mediokrity 2019. 2. 1. 19:01

2019/2/1

 


몇 년 전 제임스 설터의 책이 한 번에 출간 되었을 때 가벼운 나날, 스포츠와 여가, 어젯밤 이렇게 3권을 사두었는데 지금까지 그 중 한 권인 어젯밤만 읽었다. 그리고 어젯밤은 굉장히 훌륭한 단편집이었다. 다른 두 권은 장편이라 이리저리 밀리다가 지금까지 안 읽고 있는데, 이 책을 계기로 가벼운 나날과 올 댓 이즈를(스포츠와 여가는?) 꼭 읽어봐야겠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나는 책을 읽지 않거나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과 오랫동안 정말 친하게 지내거나 편안한 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나에게는 독서가 필수적인 것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선 뭔가 빠진 게 있지요. 언급하는 말의 폭, 역사 감각, 공감 능력 같은 게 부족해요. 책은 패스워드지요. 영화는 너무 단순해요. 어쩌면 내 생각이 틀렸는지도 모르겠군요.

(...)

모든 책을 읽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책을 잘 읽는 사람이라 해도 읽지 않고 남아 있는 책들이 엄청나게 많기 마련입니다. (...) 우리는 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흥미로운 작가들을 만나게 됩니다.(16p)

 

 

내가 마침내 인생 경로를 바꾸어 군대를 떠나 다른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것은 육체적으로는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전역 지원서를 써서 직접 제출했지요. 난 어떤 반응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내가 장교로서의 생활을 끝내고 12년 동안 복무한 군대를 떠난다는 사실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섭섭해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일은 마치 군화를 반납하는 일처럼 사무적으로 받아들여졌지요.(65-66p)

 

 

그때 그렇게 해서 장편소설을 하나 써냈습니다. 그 작품이 가벼운 나날입니다. 언젠가는 나는 그것을 부부 생활의 닳아빠진 돌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모든 것, 놀라운 모든 것, 삶을 충만하게 만들거나 쓰라리게 만드는 모든 것그것들은 수년 동안, 수십 년 동안 계속되지만 결국 기차에서 보이는 것들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곳의 초원도 나무도 집도 어두워진 마을도 기차역도 다 지나가지요. 어떤 영속적인 순간들, 어떤 사람들, 어떤 날들을 제외하곤 기록되지 않은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 동물들은 죽고 집은 팔리고 아이들은 자라고 심지어 부부도 사라집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시가 남아 있습니다.

(...)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런 것 같아요. 그것들에도 시간의 흔적이 어리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최신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지요. 그것들은 시간 바깥으로 나가서 존재하거나 아니면 소멸됩니다. 문학은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드러내 보여준 다음, 점차 그 시대와 장소가 됩니다.(74-75p)

 

 

글쓰기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처음 그걸 적어 내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개는 우리가 쓴 글이 아주 형편없어서 낙담하게 되고 계속 써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까요.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거예요. 우리가 쓴 글을 보고 있을 때 생기는 좌절감 말입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마음이지요.(102p)

 

 

나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걸 되살려내는 데 기쁨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엔 전반적인 진실의 문제가 있어요. 우리에겐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요. 우린 이미 사실과 허구가 모호하게 뒤섞인 것을 보아왔어요. 자신들의 책을 논픽션 소설이라고, 즉 논픽션 허구라고 설명한 작가들을 보아왔어요. 나는 다소 고전적인 관점을 지지해요.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객관적 진실 같은 게 있다고 믿지요. 빅토르 위고의 관찰한 것들이 하나의 예랍니다. 아무도 신의 진실을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은 신의 진실이 아니에요.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으로서의우리가 관찰한 것으로서의진실인 거죠. 나는 틀릴 수 있어요. 우리 모두가 다 그래요. 그 안에 실수가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것은 의도적인 실수나 부주의함에서 비롯된 실수는 아니에요. 그건 단지 우리 모르게 기어든 실수죠.(162p)

 

 

아주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사용해야 하고, 생활 대신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뭔가를 얻어 내려면 아주 많은 것을 글쓰기에 바쳐야 해요. 그렇게 해서 얻어내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의미 있는 거죠.(196p)

 

 

설터는 소설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삶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그것을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담아내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소설을 허구를 뜻하는 픽션이라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는 작가들을 무시한다. 설터에게는 본질적으로 진실인 이야기만이 중요했다. 당연히 그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이야기는 소설로 만들어내지 않았다. 소설로 만들어내지 못했다.(205p)

 

 

 

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