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레이첼 보츠먼, <신뢰 이동> 中, 흐름출판

mediokrity 2019. 6. 19. 17:13

2019/6/19

 

 

“미디어는 이런 얘기를 좋아해요. 이런 얘기를 선정적으로 다루죠. 왜 그러는지 잘 압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사고는 극히 드물어요.” 실제로 이 사고는 테슬라 고객들이 자율 주행 모드로 운전한 2억 1,000만 킬로미터 가운데 처음 알려진 사망 사고였다. 미국에선 1억 5,000만 킬로미터에 한 번씩 사망 사고가 일어난다. 자율주행차가 6,000만 킬로미터 더 안전한 셈이다.

래스롭은 자율주행차에 관한 세상의 수많은 메시지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자율주행차가 완벽한 거라는 기대를 낮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단점보다는 장점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합니다.”(126p)

 

 

사회 전체가 신뢰를 잃었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믿음에 이의를 제기했다. 신뢰가 클수록 좋을까?

“솔직히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목표다. 그보다는 신뢰성 있는 대상을 더 많이 신뢰하고, 신뢰성 없는 대상을 신뢰하지 않는 데 목표를 두는 편이 낫다. 나 역시 신뢰성 없는 대상을 신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목표를 세워두었다.

오닐의 논점은 매우 진지하다. 신뢰trust는 신뢰성trustworthiness과 동의어가 아니다. 단순히 더 ‘잘 믿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편적인 신뢰를 부추기는 방법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특히 탐욕에 사로잡히면 무턱대고 믿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

신뢰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는 신뢰성의 대상과 측면과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누구이고, 그의 어떤 면을 신뢰해야 하는가? 오닐은 이렇게 말했다. “똑똑하게 신뢰하고 똑똑하게 신뢰하지 않는 것이 이번 생의 적절한 목표다. 애초에 중요한 것은 신뢰가 아니라 신뢰성이다. 특정 측면에서 얼마나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182-184p)

 

 

기존 시장 평점 제도를 살펴본 유사한 연구 결과, 대개의 경우 피드백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베이에서는 모든 평가의 2퍼센트 미만만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를 보면 상품에 불만족한 고객은 아예 평가를 남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부정적인 평판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은 사회적 압력 때문에 공개 포럼에 높은 점수를 남기기도 한다.(227p)

 

 

따라서 블록체인은 법조계, 금융, 부동산, 언론, 지적재산권처럼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층적이고 복잡한 과정이 얽히고 여러 ‘중개인’이 개입하는 업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 실용적인 결과는 한 인터넷 이용자가 다른 인터넷 이용자에게 고유한 디지털 소유권을 넘기면서 안전하고 확실하게 이전될 것으로 보장 받고, 모두가 이전된 사실을 인지하고 누구도 이전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다.(346p)

 

 

블록체인에 관한 여러 개념은 모호하고 위험하고 급진적으로 보인다. 지나친 홍보와 과도한 투자 열기로 인해 결국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돈을 받고 신뢰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제 3자들(중개인이든 심판이든 감시자든 관리인이든)이 ‘변경 불가능한’원장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갈수록 더 자기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만은 명백하다.(375p)

 

 

 

ㅡ 레이첼 보츠먼, <신뢰 이동> 中, 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