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내소설
ㅡ 정지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中, 워크룸 프레스
mediokrity
2019. 7. 3. 13:23
2019/7/3
기술이 뛰어난 테우트여, 기술에 속하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것들이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손해와 이익을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는 법이오. 이제, 그대는 문자의 아버지로서 그것들에 대해 선의를 품고 있기에 그것들이 할 수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것을 말했소.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을 배운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에 무관심하게 해서 그들의 영혼 속에 망각을 낳을 것이니, 그들은 글쓰기에 대한 믿음 탓에 바깥에서 오는 낯선 흔적들에 의존할 뿐 안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힘을 빌려 상기하지 않기 때문이오. 그러니 당신이 발명한 것은 기억의 묘약이 아니라 상기의 묘약이지요. 그대가 그대의 제자들에게 주는 것은 지혜의 겉모양이지 진상이 아니라오.(52p)
자기 연민은 자기 연민을 재생한다. 자기혐오는 자기 연민의 다른 얼굴로 자신을 혐오한다는 점 때문에 자신을 연민한다. 문학은 이 두 감정을 끊임없이 오가며 독자에게 공감, 위안 등의 수사로 설명되는 감정의 상태를 부여한다. 문학은 자기 연민을 강화하는 존재들의 상호 위안, 인간성의 연대로 구성되며 자기 연민의 바깥은 문학의 바깥이다. 다시 말해 문학은 자기 연민의 공동체다.(111p)
ㅡ 정지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中, 워크룸 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