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내소설

ㅡ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中, 문학동네

mediokrity 2019. 7. 20. 21:50

2019/7/20

 

 

또 이렇게 됐네. 목숨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다 일순간에 나를 잘라낸 사람들이 이름을 오천 명쯤은 댈 수 있으니까 괜찮았다.(108p)

 

 

혼자 있을 때 술이 더 맛있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정말 술을 사랑하는 것 같다. 술이 아니라 술자리를 즐긴다는 개소리를 하는 족속들이 없어져야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질 텐데.(116p)

 

 

그럴 일은 아니었고, 그러려고 했던 일도 아니었는데 역시나 술이 문제였다. 술이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술을 끊지 못하는 걸 보면 역시나 내가 문제인 거겠지.(121p)

 

 

누나는 좋은 사람이에요.

얘는 좋은나라운동본부에서 나왔나, 다 좋은 사람이래.(126p)

 

 

태혁은 꼭 예전의 나 같았다. 상대방에게 내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상대의 아픈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믿는 것.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믿음. 그 순진한 믿음이 거울을 보는 것처럼 소름 끼치게 싫었다.(128p)

 

 

즐기는 사람은 그저 즐길 줄 아는 사람일 뿐이고 잘하는 사람은 그저 잘할 뿐이며, 정작 잘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153p)

 

 

당신에게 예술이란, 창작활동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오감독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특유의 진중한 말투로 답했다.

자위입니다.

오감독의 특기인 촌철살인을 가장한 개소리가 나왔다. 관객들 중 일부가 재채기를 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오감독은 그런 관객들의 리액션을 의식하지 않는 척하며 누구보다 연극적인 어조로 말했다.

어떤 자위는 기록해놓은 만한 가치가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때때로 어떤 함몰 유두는 나를 미치게 한다·····

마이크를 타고 흐른 내 웃음소리 때문에 스피커에서 고음의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나는 마이크를 끄고 고개를 돌렸다. 중학생인가. 중학생 학부형에 가까운 나이인데. 어깨를 들썩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웃음을 참았다. 온몸에 너무 힘을 줘 혈압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174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실패는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

개소리다. 실패는 인간을 한껏 구겨지고 쪼그라들게 만든다. 날카로운 끄트머리로 살갗을 찢어 낱낱이 해부해버린다. 보지 않아도 될 내장 속 시꺼먼 부분까지 기어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 실패라는 경험이다. 실패에 그럴듯한 의미를 붙이는 사람들치고 제대로 된 성공을 해본 사람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252p)

 

 

 

ㅡ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中,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