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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강양구,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中, 북트리거

mediokrity 2019. 8. 1. 07:18

2019/8/1

 

 

 

한국은 어떨까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2017년에 발간한 「에너지 통계 연보」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에너지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1.6%였습니다. 고작 11%? 맞아요.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에 박힌 ‘30%’라는 수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같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발전량(전기) 가운데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0%로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수치와 일치합니다. 기억하세요. 핵발전소는 오직 전기만 만들 수 있어요. 더구나 난방이나 수송에 쓰이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빠른 시간 안에 전기로 대체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81p)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10년의 원자력 국민 인식 조사 결과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9.4%였던 것을 염두에 두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지 4년 만에 원상태도 돌아간 셈입니다. 하긴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2011년 4월의 원자력 국민 인식 조사 결과도 78.2%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말고 여론조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3월 원자력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다시 보면, ‘자신의 거주지에 핵발전소를 지어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고작 19.6%만 찬성했어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2010년의 원자력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때의 27.5%와 비교해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시민의 대부분은 핵발전소를 어딘가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전기에 기반을 둔 과학기술 문명을 누릴 수 있을뿐더러, 전기로 공장을 돌려야 경제도 굴러갈 테니까요. 지금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는 일부 언론의 논리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들은 핵발전소가 자기 눈앞에 있는 것은 싫습니다.

(...)

그러다 보니 핵발전소는 항상 그 사회에서 가장 정치력이 약하고, 경제력이 보잘것없는 소외 지역에 들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핵발전소가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서울, 수도권에 들어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84-85p)

 

 

데이터과학자들은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도 미처 몰랐던 삶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합니다.

(...)

2007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구매한 부동산이 폭락하고, 주식시장이 얼어붙고, 여기저기 실직자가 늘어났습니다. 그 당시 많은 전문가는 이런 경기 침체가 아동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했어요. 직장을 잃고 돈에 쪼들리는 부모는 본의 아니게 그 스트레스를 어린아이에게 풀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아동 학대가 늘어날 가능성을 놓고서 많은 사람이 조마조마하며 통계를 살폈어요. 하지만 미국의 공식 데이터는 달랐습니다. 우려하던 아동 학대 증가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심지어 아동 학대 사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지요.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었을까요?

세스는 이런 공식 통계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구글 검색 데이터를 찾았어요.

(...)

‘엄마가 나를 때려요!’, ‘아빠가 나를 때려요.’ 이런 검색은 2007년 말부터 시작한 경기 침체 기간에 크게 늘었습니다. 세스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아동 학대가 준 것이 아니라 아동 학대 ‘신고’가 줄었던 거예요. 경기 침체로 아동 학대 문제를 담당하던 경찰, 교사, 공무원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아동 학대 신고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기가 막힌 삶의 진실이지요?(197-198p)

 

 

빅데이터로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의 가장 큰 문제는 한 사람의 ‘정체성’이 가진 애매모호함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에요.

여기 아무개가 있어요. 그는 평소에 학교 수업을 성실히 따라가는 학생입니다. 한편으론 틈틈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는 열성 팬이기도 해요. 만약 아무개를 학교에서만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를 ‘모범생’으로 여기겠지요. 만약 구글 검색 데이터로만 그를 살핀다면, 아이돌 가수에 홀린 열성 팬으로 여길 테고요. 사실은 ‘모범생’과 ‘열성팬’, 또 그 밖에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이 모자이크처럼 엮여서 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빅데이터는 그 모든 것을 말해 주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런 정체성은 변합니다.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아무개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도 있어요.

(...)

특정 시기의 빅데이터로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합니다.(203-204p)

 

 

오건-온-어-칩만 입으면 아바타 생쥐도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췌장을 칩 위에 올려놓은 다음, 그곳에다가 환자의 암세포를 배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배양한 암세포에다 마치 아바타 생쥐에게 했듯이 항암제도 투여하고, 방사선도 쬐입니다. 그다음에 암세포를 죽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처치 방법을 선택해서 실제 환자의 췌장암 치료에 활용하면 됩니다.

‘아이-온-어-칩’도 나왔어요. 화장품 회사는 이제 더 이상 토끼를 강제로 가둬 놓고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다음에 3,000번이나 눈 화장품을 바를 필요가 없어요. 인간의 눈을 칩 위에 배양해 둔 아이-온-어-칩에다가 화장품을 발라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면 되니까요.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한 것도 바로 이런 대안이 나왔기 때문이지요.(230p)

 

 

 

ㅡ 강양구,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中, 북트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