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내소설

ㅡ 장강명, <산 자들> 中, 민음사

mediokrity 2019. 8. 27. 12:16

2019/8/27

 

자르기에서는 ‘알바생 자르기’, 싸우기에서는 ‘현수동 빵집 삼국지’, 버티기에서는 ‘모두, 친절하다’가 좋았다.

2010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고 욕할 수 있다면 속이 후련해지겠지만 일이라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저마다의 사정과 입장이 존재하고 그 중 누구하나를 편들기 애매하다. 효율과 편리함을 추구하려고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도리어 인간을 소외 시키고, 화를 내게 만들며, 불편을 겪게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상사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어떻게 하겠느냐 따위를 묻는 면접관 말입니다. 지원자들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트집 잡히지 않을 답을 합니다. 그걸 듣고 면접관은 ‘모범 답안 열심히 외워 왔네, 요즘 애들은 말하는 게 죄다 똑같아.’라며 고개를 젓고요. 어쩌란 말입니까?”(233-234p)

 

 

그렇다고 인턴 경험을 다른 데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권이 아닌 회사 입사 지원서에 K 은행 인턴 경력을 써내면 ‘얘는 1지망은 금융권인데 우리 회사도 한번 찔러 보는 거구나.’라고 여길 겁니다. 반대로 금융계 회사에서는 ‘왜 우수 인턴에는 뽑히지 못했느냐.’라고 물어볼 테고요.(242p)

 

 

“걔네들한테 나는 건 오히려 힘든 일 아닐까? 비둘기들 보면 날아도 되고 걸어도 될 때에는 걸어가잖아. 그렇게 오래 걷다 보면 타조나 닭처럼 되는 거 아닐까?”

(...)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 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놓칠 수도 있었던 잠재력을 깨닫고 목적에 맞게 쓴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 아닐까?

(...)

사람은 대부분 옳고 그름을 분간하고, 그른 것을 옳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

(어머니는 세상에는 정말 불의가 많고, 그 무수한 불의를 한 사람이서는 도저히 다 바로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조금씩 생겨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 그 기회가 올까? 내게 맞는 기회가 왔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직접 덤벼 보기 전에 그게 적당한 기회인지 과연 알아챌 방법이 있을까?(377-378p)

 

 

 

ㅡ 장강명, <산 자들> 中,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