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내소설
ㅡ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中, 문학동네
mediokrity
2019. 9. 25. 14:07
2019/9/25
국화는 알고 보면 선배가 굉장히 유아적이라고 했다. 자기 말만 떠드는 것, 타인을 박하게 평가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 애정을 갈구하는 것, 오토바이를 샀다가 중고로 팔고 또다른 오토바이를 타는 것, 소비에 열을 올리는 것, 거기에는 돈부터 사람까지 다 해당하는 것. 그리고 국화가 가장 못 견뎌한 건 함께 무언가를 먹고 더치페이할 때 잔돈을 돌려주지 않는 선배의 습관이었다.(21-22p)
나는 사랑에서 대상에 대한 정확한 독해란, 정보의 축적 따위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완수였다.(26-27p)
어떠냐고····· 은수가 어떻긴 뭐가 어떤가. 그냥 잘생기고 가난하고 우울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고 불안정하고 종종 죽고 싶고 그런데도 일은 나와야 하고 꿈은 멀고 다 귀찮고 때론 내 몸이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버리고 싶고 길바닥에 버리고 줄줄 새어나오게 심장이랑 머리랑 손톱이랑 발목이랑 벗어두고 홀가분해지고 싶지. 그렇게 젊은 게 좋으면 니들이나 가져라, 하면서 젊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버리고 눕고 싶지. 아무데나 누워서 구름이나 세고 싶지.(46-47p)
ㅡ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中,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