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찰스 부코우스키, <팩토텀> 中, 문학동네
2014
나는 이른바 ‘추가 볼베어링’으로 고용되었다. 추가 볼베어링이란 별다른 의무 조항 없이 언제든 그냥 내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오랜 본능의 깊은 우물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무엇이 세상사를 계속 순조롭게 흘러가게 만드는지를, 무엇이 어머니처럼 우리를 돌봐주는 회사를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게 만드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해야 회사의 불합리하고, 지속적이고, 쩨쩨하고, 사소한 모든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194p)
나는 예전에 전미암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공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온몸에 부스럼이 났고, 현기증을 일으켰으며,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갔지만 나는 삼 주 후에 오라는 예약증만 받아왔다. 요즘의 모든 미국 꼬마들처럼 나 또한 그때 늘 그런 얘기를 들어왔다. 암은 초기에 잡아라. 그래서 그걸 초기에 잡기 위해서 찾아갔더니 그 작자들은 약속만 잡아놓고 삼 주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듣는 얘기와 현실의 괴리이다.
삼 주 후에 나는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몇 가지 검사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그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다고 해도 내게 암 덩어리가 없다는 사실을 완벽히 보증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만일 이십오 달러를 내고 받는 검사를 통과한다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지간히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싶다면, 이십오 달러짜리 검사를 받은 후에 칠십오 달러짜리 검사를 받아야 하고, 만일 거기까지도 무사히 통과한다면, 정말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알코올중독이나 신경과민이나 성병임을 의미하는 게 될 것이다. 그 작자들, 전미암협회에서 일하는 그 흰색 가운을 입은 애송이들은 정말로 그럴듯하고 명료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간단히 얘기하면, 백 달러가 든다는 거로군. 아니, 그게 아니라. 그들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길로 그곳을 나와서 사흘 동안 술독에 빠져 살았다. 그러자 모든 부스럼이 어지럼증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더 이상 피를 토하지도 않았다.(245~246p)
ㅡ 찰스 부코우스키, <팩토텀> 中,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