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내소설

ㅡ 강화길 외,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中, 문학동네

mediokrity 2020. 7. 1. 16:21

2020/7/1

 

 

감탄이 나오는 작품은 없었다. 무난무난. 다만 이현석 작가의 다른 작품은 좀 궁금하다. 김초엽 작가와 장류진 작가의 작품집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전에 이미 했던 이야기를 새로울 것 없이 변주하는 느낌이라 식상했다.

 

 

 

절대적인 권력은 자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권력을 의식해야 하는 이는 권력의 피지배자들이다. 권력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력이 행사되는 곳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힘이다.

가부장이라는 권력이 절대적인 사회에서 앎은 온전히 젠더화되어 있다. ‘나’가 생전 처음 치르는 시댁 제사 자리에 가서 식사 한 끼만 해도 삼대손 집안의 알력 관계를 능히 꿰뚫어볼 수 있을 때, 평생을 나고 자란 집에서 일어나는 가내 정치에 대해 까맣게 모를 수 있는 남편의 그 산뜻하고 안온한 무지가 바로 권력이다.(44p)

 

 

“절대 모를 수 없는 이야기”를 모르는, 자신을 향한 미움의 에너지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온 집안을 표표히 떠도는 그 모든 사랑과 증오의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 구김살 없이 해사한 면상이 바로 권력의 얼굴이다.(49p)

 

 

“·····임신중지를 겪은 모든 여성이 동일하게 경험하리라 가정되는 비감은 그들에게 생명을 폐기시켰다는 자기 인식을 갖게 해 스스로를 비윤리적인 존재로 획일화화도록 만든다.” 전해지지 않더라도 전할 수밖에 없는 진심이란 게 있지 않을까. “·····임신중지가 언제나 예외 없이 한 여성의 절실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고정관념은 그것이 항상 절박한 상황에서 절박하게 취해져야만 하는 조치처럼 여겨지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써내려갔습니다. “·····이러한 논리 끝에 임신중지가 고통을 수반하는 행위로만 가정된다면 우리의 주체성은 지워질 것이며, 타인의 선의에 의해 구조받는 나약한 존재로만 재현될지도 모른다.”(195-196p)

 

 

 

ㅡ 강화길 외,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中,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