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中, 다산북스

mediokrity 2021. 11. 9. 13:51

2021/10

 

 

 

하여간 그날 웃긴 얘기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슬프고, 이상하고, 진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들 자신의 얘기였다. 그제야 무대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보였다. 가벼운 농담은 우수수 부서졌다. 낯가림을 감추는 농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농담 따위는 절대 그곳에서 꺼낼 수 없었다. 마주 보고 했으면 당황스럽거나 눈물이 났을 이야기가 일어나서 했다는 이유로 너무 웃긴 얘기가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두가 한 가지 이야기를 위해 몸과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고 있었다. 진짜를 꺼내 들어야 했다. 우리가 웃으면 꼭 무언가가 승화되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를 보호해주는 어떤 기운이 생기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사실 모두가 진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초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최초의 관객이 되고 있었다. 나는 팔짱을 풀었다. 바로 앉아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코미디가 시작된 것이다.(55-56p)

 

 

 

ㅡ 양다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中,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