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외소설

ㅡ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머신> 中, 열린책들

mediokrity 2015. 12. 17. 01:31

2015/12/16

 

 

그 당시 우리는 아무도 타임머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시간 여행자는 너무 영리해서 신용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우리는 그의 모든 면을 보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투명할 만큼 솔직했지만, 그 솔직함 뒤에는 어떤 신비로운 비밀이나 창의력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우리는 항상 의심했다. 필비가 타임머신의 모형을 보여 주고 시간 여행자와 같은 말로 그것을 설명했다면, 그렇게까지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필비의 동기를 쉽게 간파했을 테니까. 푸주한이라도 필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 여행자는 꽤나 변덕스러운 기질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그를 믿지 않았다. 그보다 덜 영리한 사람이 하면 명성을 가져다주었을 일도 시간 여행자가 하면 꼭 속임수처럼 보였다. 일을 너무 쉽게 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진지한 사람들은 그의 태도를 확신할 수 없었다.(29p)

 

 

나는 역시 서양인입니다.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몇 년 동안 연구할 수는 있지만, 24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은 지옥의 고통이니까요.

  나는 잠시 후 일어나서, 덤불을 뚫고 다시 언덕 쪽으로 정처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인내심을 가져.> 나는 나 자신을 타일렀습니다. <타임머신을 되찾고 싶으면 저 스핑크스를 그냥 내버려 둬. 놈들이 타임머신을 빼앗을 작정이라면, 네가 청동 판을 부수어 버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리고 놈들이 타임머신을 빼앗을 작정이 아니라면 곧 되찾게 되겠지. 네가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면 당장 되찾을 수 있을 거야. 그 모든 미지의 것들에 둘러싸여 그런 수수께끼 앞에 앉아 있어도 가망이 없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바로 편집광이야. 이 세계를 직시해. 이 세계의 방식을 배우고, 이 세계를 관찰해. 그 의미를 너무 서둘러 추측하지 않도록 조심해. 그러면 결국에는 그 모든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거야.>

  그러자 갑자기 이 상황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미래에 들어오기 위해 몇 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미래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겁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인간이 고안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장 절망적인 덫을 만들어 거기에 스스로 걸려든 것입니다. 나 자신이 덫에 희생되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나는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70p)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머신> ,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