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윌리엄 데이비스, <내 장은 왜 우울할까> 中, 북트리거

mediokrity 2024. 5. 24. 17:06

2024/5/24

 

학술적인 책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훨씬 실용적인 책이었다. 실용적이어서 좋았다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강 닭'이라는 요리의 레시피를 알고 싶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책의 앞 절반은 장내미생물에 대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알려주고 나머지 절반은 건강한 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여러 가지를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겠으나 이 많은 정보 중에서 내가 적용할 수 있도록 거칠게 요약한 건 결국 과거의 인류가 먹었음직한 음식을 먹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마이클 폴란이 여러 저작에서 주장했던 100년 전의 인류가 먹었을 법한 음식을 먹자는 주장과도 유사하다. 즉 10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할 끝도 없는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과자나 가공식품보다는 프리바이오틱스 섬유소가 풍부하게 포함된 재료를 먹거나, 그 재료로 요리를 해서 먹자는 것.

 

 

 

락토바실루스 루테리 종은 인간 숙주를 위해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는 장내미생물 세계의 스타다. 20세기 중반까지 서구인 대부분은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통해 아기 때 어머니에게서 이 세균 종을 받았고, 이 종이 위장관에 서식하면서 주는 유익함을 누렸다. 정글과 산에 사는 원주민이나 닭, 돼지를 비롯한 다른 생물도 이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락토바실루스 루테리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 세균 종은 현대 서구인의 96%에서 제거되어 버렸다. 오늘날에는 스무 명 중 한 명 이하의 비율인 4%만이 이 훌륭한 세균 종이 주는 혜택을 누린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 여러 실험으로 입증한 바에 따르면, 락토바실루스 루테리는 인간의 뇌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촉진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녔다. 생각해 보라. 당신의 위장관에 사는 미생물이 당신의 뇌 기능 중 중요한 측면을 결정하는 것이다.(51p)

 

 

사람들이 되찾아야 할 미생물 목록이 길어지고 있지만, 나는 이 목록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추가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본다. 이 미생물 덕분에 줄어드는 질병보다 이 미생물이 일으키는 질병이 더 위험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멸은 소장세균 과증식과 장내세균 불균형에 맞서는 상쾌한 장 프로그램의 일부다. 기존에는 궤양을 진단한 뒤에 이 미생물을 확인하고 박멸하는 식으로 치료했다. 그러나 궤양을 비롯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천연 약제 치료법으로 직접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하고 박멸할 수도 있다.(57p)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이크로바이옴에서 미생물을 잃어버린다. 엄격한 저탄수화물 식단, 즉 케토제닉 다이어트, 팔레오 다이어트(구석기 다이어트), 육식 다이어트, 앳킨스 다이어트(황제 다이어트) 등의 식단을 유지하다 보면 다양한 프리바이오틱스 섬유소와 폴리페놀은 물론이고, 미생물에게 필요한 (식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다. 이렇게 굶겨 죽인 세균 종은 다시 출현하지 못하므로 마이크로바이옴에 해를 입히는 셈이다. 미생물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한 식단을 먹으면 대개 건강의 지표 중 하나인 '세균 종의 다양성'이 줄어든다. 즉 장 속에 존재하는 독특한 미생물 종의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어떤 세균 종은 사라지지만, 위장관 내벽을 보호하는 점액층을 먹는 세균 종, 예컨대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증식한다. 그 결과 소장 점액층의 보호 효과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장 내벽에 염증이 일어나 결장염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체중감량과 건강 증진을 위해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은 지방이나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법보다 확실히 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장내미생물 균총에 필요한 영양분까지 포기하는 치명적인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58-59p)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의 트라이메틸아민옥사이드 농도가 높다는 사실은 동물단백질 섭취가 심장질환의 원인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나타나는 논리의 오류는 명확하다. 트라이메틸아민옥사이드 농도를 높여서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은 생선, 닭, 돼지고기, 소고기가 아니다. 원인은 장내미생물 균총의 붕괴이며, 트라이메틸아민옥사이드를 생산하는 후벽균과 장내세균이 증가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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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이미 수천 년 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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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와 미생물학자의 협력 연구를 통해, 약 1만 2,000년 전에 농업이 시작되고 중동에서 밀과 보리를 주요 작물로 재배하면서 구강세균 구성이 충치와 치주염과 연관된 세균 종에 급격히 호의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구강 미생물 균총이 곡물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하는 종으로 바뀌면서 구강이 산성화하자, 인간은 충치에 취약해졌다. 사람들은 농업을 시작하기 전의 수렵채집인에게 충치가 드물었다는 사실을 알면 종종 놀란다.(74-75p)

 

 

지방이나 열량이 문제가 아니라 유화제가 문제다. 식품첨가제가 염증장병, 궤양성결장염, 크론병 발생률을 높이는 기저 원인일 수 있다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이 질병들은 최근 서구식 식생활을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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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요점을 다시 짚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폴리소베이트 80, 카복시메틸셀룰로스를 비롯한 유화제는 완벽히 배제하라. 땅콩버터, 아이스크림, 그 외 지방을 함유한 식품을 고를 때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달걀과 아보카도처럼 품질 표시가 필요 없는 식품을 선택하면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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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청량음료, 주스, 통조림과 냉동식품에 든 수백 가지의 식품첨가제, 수천 가지의 처방전 약품이 점액을 무너뜨리는 효과는 아직 언급하지도 않았다. 스티로폼 용기나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담겨 배달되는 음식, 절대 분리되지 않는 아이스크림, 관절병 건선을 '치료'하기 위한 항염증제가 우월한 삶의 방식이라고 설득당한 우리들의 삶에는 이런 점액 붕괴 요인이 어디에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요인을 피하고 장 점액 생산을 촉진하는 세균 종을 복구하는 일은 우리의 건강과 삶에 매우 중요하다.(88-89p)

 

 

어디까지가 장내세균 불균형, 즉 결장 내 미생물 균총 구성의 붕괴고, 어디부터가 소장세균 과증식일까? 장내세균 불균형에서는 해로운 세균 종이 증식하면서 이로운 세균 종의 증식을 억누르지만, 소장으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소장세균 과증식은 결장 내 세균 불균형이 더 심각해진 상황으로 해로운 세균 종이 증식하면서 소장까지 이동하는 것이다.(101p)

 

 

인간에게는 채소, 버섯, 콩과 식물, 견과류, 과일에 든 섬유소를 당류로 분해할 소화효소가 없다. 당신은 섬유소를 당류로 생각하지 않겠지만 섬유소는 사실 긴 사슬 형태의 당 분자다. 인간과 달리 세균은 다양한 형태의 섬유소를 대사할 효소가 있다. 당신은 인터넷을 돌아다닐 수있고, 공과금 고지서를 보관할 수 있으며, 10대 자녀와 삼각법을 논할 수도 있지만, 섬유소를 소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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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 소화하기 쉬운 섬유소는 ‘프리바이오틱스’섬유소라고 부른다.

(...)

그러므로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이 먹지만 소화할 수는 없는 프리바이오틱스 섬유소가 필요하다. 건강해지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프로바이오틱스보다 중요하다.(211-212p)

 

 

사람들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라는 용어를 두고 때로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문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미생물 자체를 가리킨다.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아주 작은 생물로 인간 숙주에게 유익한 효과를 선사한다고 추정된다. 락토바실루스와 비피도박테리움은 프로바이오틱스로 분류하는 가장 일반적인 세균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가 음식으로 먹는 프리바이오틱스를 '먹는다'. 즉 흡수한 뒤 대사 작용을 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식물에 포함된 영양성분으로 미생물이 이것을 먹어서 처리한다. 프리바이오틱스에는 이눌린, 렌즈콩과 강낭콩에 든 갈락토올리고당, 유제품에 든 젖당 같은 당류 등 다양한 섬유소가 포함된다.(215p)

 

 

마이크로바이옴을 붕괴시키는 요인들을 바로잡기 위해 따라야 할 사항이다.

· 당류를 먹지 않는다.

· 합성 무칼로리 감미료를 피한다.

· 유화제를 배제한다.

· 유기농을 선택한다.

· 물을 정화해서 마신다.

· 밀과 곡물을 먹지 않는다.

· 순 탄수화물 섭취량을 제한한다.

· 수분을 공급한다.

· 술을 적게 마신다.

· 마이크로바이옴을 붕괴시키는 약을 먹지 않는다.

· 항생제 노출을 최소화한다.

 

추가로, 한 가지 성분으로 된 진짜 식품을 선택한다. 라벨이 필요 없는 식품이면 더 좋다. 아보카도와 달걀은 안전하고, 브로콜리, 연어, 견과류 한 줌도 좋다.(245-247p)

 

이게 쉽게 실천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건강해지겠지... 그걸 누가 몰라서 실천하지 않을까.

 

 

 

 

ㅡ 윌리엄 데이비스, <내 장은 왜 우울할까> 中, 북트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