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국외소설

ㅡ 지넷 윈터슨,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中, 민음사

mediokrity 2024. 9. 9. 15:24

2024/9/9

 

난 이런 시적이며, 기독교적 상징이 많고, 우화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 분량은 많지 않았으나 굉장히 힘들었다.

 

 

 

 

어머니가 전에는 알지 못했던 느낌을 경험하게 된 것이 바로 그때였다. 속이 부글거리고 귓속이 윙윙거리는 어떤 아찔함. 피에르와 함께일 때뿐 아니라, 언제 어디에 있을 때나 찾아 왔던 그 느낌.

"사랑에 빠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

(...)

피에르와 함께 지낸 며칠 후, 어머니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충동적으로 병원에 갔다. 어머니가 소파에 누워 있는 동안 의사는 어머니의 배, 가슴을 찌르며 아찔한 느낌이나 복부에 거품이 이는 느낌이 없었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수줍어하며 자신은 사랑에 빠졌으며, 종종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병원에 온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무방합니다만·····." 의사가 말했다.

"위에 종양도 있군요.“

어머니가 얼머나 경악했을지 상상해 보라. 어머니는 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양보했다. 약을 먹고, 식이요법에 따르고, 방문하러 오겠다는 피에르의 간청도 거절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다음번 우연히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어머니에게는 아무 느낌도, 전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를 피하기 위해 즉시 그 나라를 떠났다.

(...)

"그러니까 조심해. 네가 심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기관일 수도 있어."(153-154p)

 

 

"돌아가고 싶었던 적 없어요?"

하릴없는 질문. 당신이 돌아가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실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당신을 되돌리려 하는 실이 있다. 마음은, 끄는 힘에 이끌린다. 떨쳐 버리기 힘들다. 나는 항상 돌아가는 것을 생각했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룻의 아내는 뒤돌아보고 소금 기둥으로 변했다. 기둥은 천장을 지탱해 주고 소금은 청결하게 해 주지만, 당신 자신과 맞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결국 되돌아간다. 그리고 살아남지 못한다. 두 가지 현실이 동시에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힘든 일이다. 당신은 심장을 소금으로 절이거나 심장을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많은 아픔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두 가지 현실을 다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디선가 곰팡이가 필 것이고 사람들은 그 냄새에 숨이 넘어갈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돌아간다면 당신은 미칠 것이다. 당신이 남겨 두고 온 사람들은 변한 당신을 생각하지 않고 전과 똑같이 당신을 대할 것이고, 당신은 이를 무관심하다고 비난할 것이기 때문이다.(266-267p)

 

 

 

 

ㅡ 지넷 윈터슨,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中,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