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김찬용,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中, 땡스B

mediokrity 2024. 10. 30. 12:09

2024/10/30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수는 좀 놀라웠다.

 

 

오히려 우리를 놀라게 한 기록은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미술관 5위에 대한민국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08만 명이 방문해 2위에 랭크된 바티칸 박물관, 409만 명이 방문해 3위를 한 영국박물관, 388만 명이 방문해 4위에 자리 잡은 테이트 모던에 이어 한 해 341만 명이 방문하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은 미술관으로 기록되었다.(26p)

 

 

뮤지엄이 가진 자들의 과시와 사치, 허영의 공간이 아닌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선 17세기 영국을 살펴봐야 한다. 1677년 영국의 정치인이자 수집가였던 일라이어스 애슈몰이 옥스퍼드 대학교에 기증한 호기심의 방의 수집품을 수용하기 위해 1683년 건립된 애슈몰린 박물관은 시민혁명의 시대를 겪으며 1845년 의회가 제정한 박물관령에 따라 시민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자유와 평등의 시민혁명 정신은 권력과 부의 상징과도 같았던 뮤지엄을 대중을 위해 전시를 선보이고 대중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물론 시민의 권리를 가질 수 없었던 하층민은 이 역시 누릴 수 없는 시대였기에 현재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할 순 없겠으나, 과거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었다.(31p)

 

 

안토니 곰리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을 깎거나 흙을 조형해 조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석고붕대를 이용해 자신의 몸을 직접 본을 떠 주물하는 방식으로 조각 작품을 선보여왔다. 얼굴까지 석고로 뒤덮어 몸의 본을 뜨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행에 가깝지만, 그렇게 떠낸 인체 조형물을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전시하는 설치 프로젝트를 통해 거대한 세상 속에 던져져 실존하는 인간 군상을 표현해온 곰리의 작품은 단순해 보이는 과정 속에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329p)

 

 

 

 

ㅡ 김찬용,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中, 땡스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