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하지현, <아무튼, 명언> 中, 위고

mediokrity 2025. 5. 21. 14:52

2025/5/21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아서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27p)

 

 

이런 생각을 해본다. 걱정은 보험과 같은 것이라고. 보험은 미래에 일어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만일 한 달에 2백만 원 정도 버는 사람이 150만 원을 다달이 저축성도 아닌 비보장성 보험에 납입하고 있다면,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걱정이 많다는 건 그런 모양새다. 보험료는 생활이 가능한 선 안에서 합리적으로 내는 것이 좋다.

(...)

더 나아가서 이미 실행을 하고 난 뒤라 더 할 것이 없는 상황일 때에는 그 일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게 이득이다. 시험을 보기 전에는 비관적인 걱정을 해도 그 덕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심히 준비할 수 있으니 좋다. 그렇지만 시험이 끝나고 난 다음 성적이 나올 때까지의 기간 동안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화살은 활을 떠났다.(30-32p)

 

 

오랜 기간 진행되는 정신분석적 치료의 목적은 그동안 그 사람을 설명해오던 서사에 의문을 갖고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그 축을 변화시켜보는 것이다. 이미 자신을 설명하게 구축된 서사를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고, 그렇기에 강한 저항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치료의 결과로 영웅이 되거나 어떤 괴로움도 없기를 기대한다면 그 변화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연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신분석의 목표는 신경증적 비극을 평범한 보통의 불행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83p)

 

 

신경증은 모호함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확실하고 분명한 원인을 찾지만 인생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 투성이고, 끝까지 이유나 원인은 모른 채로 종결되는 일이 더 많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도 그저 군중의 일부이며 거대한 삶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했던 것이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신경증적 상황일 땐 그걸 인정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통스럽고 힘들다.(85p)

 

 

그러니 뭔가 결심할 때 이 관계가 영원하기를 바라지는 말자.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동안은 함께 가는 동반자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의지하면서 지내겠지만, 또 바라보는 곳이 달라지게 된다면,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각자 다를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다면, 그때는 놓아주고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보자. 그게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해올 만큼 해왔다면 인생의 다음 단계에는 또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129p)

 

 

ㅡ 하지현, <아무튼, 명언> 中, 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