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벵상 피넬, <몽타주> 中,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mediokrity 2025. 6. 23. 09:48

2025/6/23

 

 

 

데쿠파주와 몽타주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데쿠파주는 촬영에 앞서 혹은 촬영을 할 때 병행되는 각 장면에 대한 시각적 구상으로, 기획의 단계에 혹은 촬영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진다. 몽타주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이루어지는 종합화 작업으로 물질화된 이미지와 소리를 정돈한다. 데쿠파주는 영화의 연속성을 쇼트라고 하는 시간과 공간의 영화적 단위로 세분화함으로써 전체 영화의 형식적인 구성을 미리 예견케 한다. 이러한 세분화는 몽타주의 영토를 준비한다. 그러나 데쿠파주와 몽타주의 관계가 단순하게 기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데쿠파주한다는 것은 제시될 것과 제시되지 않을 것, 보일 것과 보이지 않을 것, 들릴 것과 들리지 않을 것을 쇼트별로, 프레임별로 구상하는 것이다. 데쿠파주는 몽타주의 세부를 계획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쇼트가 어떻게 될 것인지ㅡ쇼트의 비유를 내용 등등ㅡ를 상상하고 쇼트들을 하나의 연속체로 조직하면서 영화의 전략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작업의 분담이 항상 균등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예를 들면 현장 르포타주의 경우) 촬영기사는 최선을 다해 즉석에서 촬영을 하고, 몽타주의 단계에서 정돈을 하게 될 자료들을 모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또 다른 경우, 만일 영화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긴 시퀀스 쇼트로 만들려고 결정했다면, 데쿠파주는 특히 몽타주를 희생시키게 된다.(8-9p)

 

 

문의 이야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타블로의 마지막에 한 인물이 문을 연다. 그리고 그 문으로 나가려 한다. 카메라는 그때 새로운 배경 쪽으로 '건너뛰게'되지만, 우리는 같은 인물이 그의 뒤편에 있는 문을 닫으며 두 번째 타블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문의 통과는 진정으로 '거울 저편의 세계로의 통과'와도 같은 것이었으며, 영화 이론가이자 영화사가인 노엘 버치가 명명한 바처럼, 초창기의 재현 방식에서 '제도화된 재현 방식'으로의 전환을 개시한 것이었다. 이러한 행위의 일치를 이용하고, 그리고 몇 가지 유의사항(이동 방향의 동일성과 움직임의 유사성)이 잘 지켜진다면, 문을 열고 닫는 것은 시간적인 연속성(행위의 연쇄는 연속적인 시간을 전제로 한다)과 공간적인 연속성(관객은 두 재현 공간이 문에 의해서 연결되고 분리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을 동시에 만들어내게 된다.(29p)

 

 

교육의 일환으로 영화감독인 레프 쿨레쇼프는 극장의 스크린이 아니라 관객의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는 몽타주에 관한 몇 가지 실험에 몰두했다.

(...)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여자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나는 학생들과 함꼐 이런 실험을 했다. 우리는 화장을 하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녀가 머리를 빗고, 분을 바르고, 스타킹과 구두를 신은 후 원피스를 입고···· 나는 여러 다른 여자들의 얼굴, 머리, 머리카락, 손, 다리, 발을 각각 촬영했지만, 편집을 통해 이 장면들을 마치 단 한 명의 여자를 찍은 것처럼 조합했고, 그래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영화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한 여자를 창조하게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영화감독은 다양한 단편들을 가지고 한 여인의 몸을 재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실험을 처음 예상처럼 무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만일 몽타주가 데쿠파주에 의해서 분할된 쇼트들을 가지고 한 주체를 재구성해낼 수 있다면, 이질적인 쇼트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혼성 주체 또한 창조해낼 수 있다(그렇지만 최소한의 표시들로 장치들을 감추면서 유사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쇼트들은 일치되어야 한다. 즉 공통점들을 제시해야 한다).(39-41p)

 

 

 

ㅡ 벵상 피넬, <몽타주> 中,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