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中, 까치
2016/4/17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27p)
“그 얘기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는 그것이 중상모략이라는 거죠. 사람들은 스캔들을 좋아하니까요.”(76p)
당번병은 비행기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면 주의를 해야 하지만, 우리의 머리 위로 지나갈 때는 이미 위험한 순간은 지나간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113p)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훨씬 쉽지 않을까요? 오만도 죄입니다, 신부님.”(209p)
나는 이 년 가까이 누나와 함께 살았다. 나는 국경 근처의 소도시에서 내가 소유하고 있던 집과 서점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쓰려고 누나가 있는 곳으로 살러 왔다. 멀리 있는 소도시에서는 알코올에 중독되었고 몸이 아플 정도의 외로운 생활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곳, 누나가 청소며 빨래며 식사를 모두 마련해주고, 살림을 맡아주는 이곳에서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항상 쓰고 싶어하던 책을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상상했던 평화롭고 한가한 생활은 너무 빨리 지옥으로 변해버렸다.(337p)
“그래요.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394p)
나는 잠을 설쳤다. 나는 별을 바라보았고, 안토니아의 집에서 매일 밤 나의 가족과 우리 집을 생각하곤 했던 것처럼, 이곳에서는 사라와 그녀의 가족, k시에 있는 그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했다.(533~534p)
우리는 매일 수십 번씩 이런 문장도 인쇄한다. “우리는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잘사는데, 우리, 즉 나와 어머니만은 ‘그 사건’ 때문에 이렇게 불행하고 비참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스파르 씨가 말하기를, 우리만 예외가 결코 아니며, 그의 아내와 세 아이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542p)
내가 그에게 하는 말은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똑같은 말들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다는 것, 그는 운이 좋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의 처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나는 그가 더 좋은 처지에 있고, 나는 너무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무의미하고, 착오이고, 무한한 고통이며, 비-신(非-神)의 악의가 만들어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명품이라고 그에게 말했다.(545p)
ㅡ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中, 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