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 외

ㅡ 임경선, <태도에 대하여> 中, 한겨레출판

mediokrity 2020. 1. 30. 22:12

2016

2019/1

 

 

태도에 관해 말하는 책을 쓴 저자가 근자에 보이는 '태도'가 몹시 우습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난 이걸로 됐어’라며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돌이켜보면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만일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며 또 하나의 인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이라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상상하던 나는 뭐랄까, 내가 현재 살고 있지 않은 대안의 삶에 멋대로 싸움을 붙인 후 알아서 지고 있었다.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 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24-25p)

 

 

사람을 사랑하는데 비법이라니. 기술, 그런 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 굳이 있다면 당신 스스로 매력적이고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말고는 없다.(40p)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우리 가족이 이래서····· 지금의 내가 이렇게 자존감도 없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이 서른 넘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버려야 한다. 애초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누구나가 인생의 한 시기에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가는 것이고,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 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 더구나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을 부모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문제들의 이유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이상화된 부모 자식 관계에 내가 겪은 환경을 비추어보고 ‘난 남들이 당연히 가진 걸 가지지 못했다’고 부모에게 복수심과 울분을 품는데, 그렇게 치면 우리 중에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장차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또 몇이나 될까.(64-65p)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는 게 고마운 만큼 상대가 그 부탁을 흔쾌히 ‘거절’할 수 있게도 해줘야 한다. 못해서든, 하기 싫어서든, 거절하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거절 이유다.

부탁해서 거절당한 사람은 거절한 이유를 알거나 물어볼 권리가 없다. 더더군다나 토라지거나 화를 내거나 칼을 갈거나 ‘다시는 저 인간한테 부탁하나 봐라’같은 마음을 품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 누구도 미움받기를 원치 않기에 거절하고 싶어도 잘 거절하지 못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거절한 것이고, 나는 부탁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감정 노동을 시킨 것이다.(224-225p)

 

 

 

 

임경선, <태도에 대하여> ,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