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윤가은, <우리들>

from Movie 2017. 5. 2. 11:43

러브 액츄얼리의 여러 등장인물 중 엄마를 잃은 11살 소년은 첫사랑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걸 본 아빠는 어린 나이에 무슨 사랑을 알겠냐는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과연 그럴까? 이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질문을 해봤다. 어린이의 삶이 어른의 삶보다 훨씬 쉬울까? 그럴 리가. 결혼한 사람에 비해 홀로 사는 사람의 삶의 더 자유롭고 덜 고단한 게 아니듯, 성인에 비해 어린이의 삶이 더 쉽거나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성인의 입장에서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과거의 나쁜 기억은 꾸준히 퇴색되어 잊히고, 좋은 기억만 선택적으로 남아 미화되기 마련이라 어렸을 때는 심각한 생각이나 고민도 없이 마냥 즐겁게 살았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게 생각만큼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배우들 연기가 대부분 좋지만, 도입부터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 연기만으로 주인공(이선)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다른 인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비단 아역이라는 범주로 한정할 필요 없이 그냥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 연령대와 성별이 다르긴 하지만 ‘파수꾼’과 비교하며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

   

 

ㅡ 윤가은,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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