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람을 응시하면 안 되는 거야. 무례한 거야. 기분 나빠한단다.

왜 우울한지 알고 싶었어요. 뒤에선 볼 수 없으니까요.

그녀가 우울한지 어떻게 아니?

지난밤에 크게 싸웠거든요. 문으로 다 들었어요.

정말?

아빠, 난 아빠가 보는 걸 못 보지만 아빤 내가 보는 걸 못 보잖아요. 아빠가 보는 걸 어떻게 내가 볼 수 있죠?

좋은 질문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게 카메라가 필요한 이유란다. 하나 갖고 싶니?

아빠, 진실의 반을 볼 순 없을까요?

뭐? 이해가 안 가는구나.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있으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 거죠.

 

 

 

영화 좋았어?

약간 심각했어.

코미디를 더 좋아해?

그렇진 않지만, 너무 슬플 필요는 없다고 봐.

인생이 슬픔과 행복의 혼합이잖아. 영화는 인생과 같아.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거야.

그럼 영화가 왜 필요해? 그냥 집에 앉아서 인생을 살면 되는데.

삼촌이 말씀하시길, '우린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 삶을 세 번 산다'고 하셨어.

그게 어떻게 가능해?

영화가 두 번의 삶을 준단 뜻이야. 일상생활을 통해 얻는 삶 외에도 예를 들면 살인이라든지. 우린 사람을 죽이진 않지만 살인 충동은 있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게 되는 거야.

그러면 뭐가 이득인데? 인생이 그렇게 끔찍하면 왜 살아?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언제든 돌려 받기 마련이야. 사람을 살해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그건 하나의 예일 뿐이야. 다른 이유도 많아. 삼촌은 역시 말씀하셨지. 구름이 없고 나무가 없다면 아름답지 않다고. 우리도 마찬가지일 거야.

 

 

ㅡ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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