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24

 

 

이렇게 용인된 사람들은 코무네가 도서관 하나 허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잊힌 변두리, 특히 브로치와 피아제 외곽 구역에 정착했다. 피렌체와 피사를 연결하는 철도와 극도로 오염된 아르노 강 사이에 끼어 고양이만큼이나 큰 쥐들과 함께 사는, 프란츠 파농이 외쳤듯 이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자신들의 막사를 짓고 바퀴마저 떨어져나간 캠핑카를 설치해, 말하자면 코무네가 너그러이 그들에게 베푼 이 관용, 서서히 죽어가는 하층민의 고뇌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도나 전기, 하수 시설, 응급조치 등 어떤 형태의 시설이나 원조도 없다. 종종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줄 서류조차도 없다. 르네상스 도시 피렌체가 이 세상에서 그들에게 허용한 것은, 나무도 없고 풀도 없는 협소한 이 황무지에 살고 있는 인간임을 증명해준 것은, 오직 그들의 육신뿐이다.(37-38p)

 

 

피렌체 시민 여러분, 용기 있는 행동으로 그들 자리에 변두리 집시들을 불러들이십시오. 그들은 교활하고 사악한 도둑들입니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여러분의 지갑을 훔칠 것이고, 운이 좋으면 이 오래된 거리 교차로에서 적선을 요구하며 귀찮게 하는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부를 가져오기는커녕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의 부를 빼앗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덜 예민하고 덜 긴장하고, 더 즐겁고 여유 있게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일흔 살이나 잘 해봤자 여든 살 이상은 살기 힘든 모든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피렌체 시민들이여, 교환상품이 되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의 인간적 정체성 생존을 위한 이 호소문에 서명하십시오.(75p)

 

 

 

안토니오 타부키, <집시와 르네상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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