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29

 

 

윤현은 눈을 들어 거실 쪽을 쳐다보았다. 의무교육인 중학교도 다니다 말고 어디서 아비모를 아이를 임신해다가 둘이나 낳아놓은 여동생과, 게임 중독인 남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골목 밖으로 나서면, 온통 그런 이들 천지였다. 포기하고, 주저앉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 없는, 그저 오늘 하루하루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듯한 이들.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처음에는 분명 그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공부를 하고, 이 마을 밖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책을 읽고.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골라내고 글을 쓰고. 그렇게 아주 조금이나마, 어릴 때 보았던 것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인간이 싫구나.”(80p)

 

 

상관없었다. 윤현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태어나서 자란 동네에서 보고 들은 모습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박식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다. 먹고 자고 놀고 쉬는 것보다는, 조금 더 큰 세상에 접속할 권한을 원했다.(90p)

 


 

ㅡ 파출리 외,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中, 온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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