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31

 

그때 나는 처음으로 모든 게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게 한순간에 날아 가버릴 수 있다는 걸 말이다.(29p)

 

 

나이를 먹으면 대개 지혜로워지는 게 아니라 시야가 좁아진다.(39p)

 

 

살다보면 고칠 수 있는 것도 있지만(몸무게, 외모, 심지어 이름까지 그렇다) 아무리 기도하고 애를 쓰고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있다. 그런 것들이 우리를 규정한다.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없는 것들이.(66p)

 

 

어렸을 때는 친구가 세상의 전부다.(205p)

 

 

내 인생은 내가 저지르지 않은 일, 내가 하지 않은 말에 의해 결정되어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누락 되었는가가 우리를 규정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밝히지 않은 진실이 우리를 규정한다.(212p)

 

 

나는 지금까지 니키의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에게서 벗어나고. 엄마를 되찾고.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은 없고 지저분하고 복잡한 엔딩만 있는 걸지 모른다.(296p)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고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375p)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루려고 애를 쓰는 모든 것이 결국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들 가독을 위해 근사하고 널찍한 집을 장만하고 최신형 사륜구동 컨트리사이드 디스트로이어를 몰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다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하면 좀 더 작고 환경 친화적인(하지만 뒷좌석에 반려견을 태울 만큼은 되는) 차로 갈아탄다. 그러다 은퇴를 하면 널찍한 주택은 닫힌 문 뒤로 방마다 먼지만 쌓이는 감옥으로 바뀌고 온 가족이 모여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기에 좋았던 마당은 관리하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가는데, 어차피 가정을 일군 아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래서 집도 작아진다. 건사할 사람이 나 하나밖에 안 남는 순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올 때도 있다. 그러면 이사하길 잘했다고 혼자 중얼거린다. 집이 작을수록 외로움으로 채우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혼자 뒤를 닦지도 못해서 독방의 철책이 달린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신세로 전락하기 전에 이승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378p)

 

 

ㅡ C. J. 튜더, <초크맨> 中,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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