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18

 

강렬하다.

 



삶은 계속 되었다. 무슨 일이라도 하며(30분 만에 꽃병이 놓인 위치를 다섯 번이나 바꾼다든지, 미치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각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해야 했다. 즉, 그때까지 습관처럼 해왔듯 모든 상황을 한꺼번에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차례차례 직면해야했다. 그리고 성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곧 우리는 뚱보가 두려워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59p)

 

 

그는 레닌 훈장, 적기 훈장 4번, 수보로프 일급 훈장 2번, 쿠투조프 일급 훈장, 보그단 흐멜니츠키 일급 훈장, 셀 수 없이 많은 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정부와 당의 주도 하에 빌니우스와 빈니차에 그의 기념비들이 세워졌다(틀림없이 빌니우스 기념비는 현존하지 않고, 빈니차 기념비 역시 붕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옛 동부 프러시아의 인스터부르크 시는 오늘날 그를 기려 체르냐호프스키라고 부르고, 토마스폴스키 주의 베르보포 마을에 있는 집단 농장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오늘날에는 집단 농장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체르카시 지역에 있는 우만스키 주의 오크사니노 마을에는 위대한 장군을 기려 청동상이 세워졌다(내 한 달치 월급을 걸고 말하는데, 현재 그 청동상은 페틀류라로 대체되었다. 앞으로는 누구로 대체될지 어찌 알겠는가). 비비아노가 파라를 인용하며 말했듯이, 결국 세상의 영광은 그렇게 영광도 없이, 세상도 없이, 싸구려 햄 샌드위치 한 조각 남지 않게 되었다.(79p)

 

 

나는, 나에게 카를로스 비더는 시인이 아니라 범죄자라고 그에게 말했다. 좋소, 좋아, 로메로가 말했다. 우리 편협해지지 맙시다. 어쩌면 비더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시인이 아니거나 나쁜 시인일 수도 있고, 그 혹은 그들이 좋은 시인일 수도 있소. 모두 어떤 잣대를 갖고 보느냐에 달린 거지.(159p)

 

 

그를 죽일 겁니까?, 내가 웅얼거렸다. 로메로는 내가 볼 수 없었던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기다리든지 아니면 블라네스 역으로 가서 첫 기차를 타시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만납시다. 그를 죽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런 일로 우리가, 당신과 내가 망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불필요한 일입니다. 그 작자는 이제 아무에게도 해코지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분명 망가지지 않소, 로메로가 말했다, 오히려 돈이 두둑이 생길 거요. 그가 아무한테도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겠소. 사실 그건 우리도 모르는 일이오. 우리는 알 수 없소. 당신도 나도 신이 아니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할 뿐이오. 그 이상은 아니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절대 꼼짝도 않는 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로 그가 합리적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가치가 없습니다, 내가 우겼다. 모두 끝난 일입니다. 이제는 아무도 아무에게 해코지하지 않을 겁니다. 로메로가 내 어깨를 손바닥으로 다독였다. 그건 당신이 참견하지 않는 게 낫소, 그가 말했다. 곧 돌아오겠소.(196-197p)

 

 

ㅡ 로베르토 볼라뇨, <먼 별> 中,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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