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16

 

 

최근 소설을 많이 읽고 있는데 고르는 족족 다 재미있네.

 

 

 

어째서 영국의 시골 마을은 종종 살인 사건의 무대가 될까? 내가 전부터 이걸 궁금해하다 해답을 깨달은 것은 치체스터 인근 어느 마을의 조그만 시골집을 임대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였다. 찰스는 반대했지만 나는 주말에 가끔 거기로 피신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의 판단이 옳았다. 런던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내가 친구를 한 명 사귈 때마다 적이 세 명 생겼고 주차, 교회 종소리, 반려견의 배설물, 화분을 매다는 것과 같은 문제들이 숨 막힐 정도로 일상을 지배했다. 진짜다. 혼란스러운 도시에서는 금세 잊힐 감정들이 시골에서는 광장을 중심으로 곪아터지고 사람들을 정신병과 폭력의 세계로 몰고 간다. 추리 소설 작가에게는 선물이다. 그리고 연결성이라는 장점도 있다. 도시는 익명의 공간이지만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용의자와, 그들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훨씬 쉽게 창조할 수 있다.(70-71p)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 주변에서는 비정상적이고 끔찍한 죽음을 맞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 부모님과 앨런 말고는 죽은 사람 자체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책과 텔레비전에서는 수많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게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문제가 있는 지역에서 살지 않는 한 그런 사건을 접할 일이 거의 없다. 살인 추리 소설의 수요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디에서 매력을 느낄까? 범행일까 아니면 해법일까?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안전하고 안락하기 때문에 유혈 참사에 원초적인 욕구를 느끼는 걸까? 나는 온두라스의 산 페드로 술라(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살인의 도시다)에서 앨런의 매출액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아야겠다고 기억에 담았다. 어쩌면 그곳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을 수도 있었다.(88p)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책이 팔리길 바란다면 진실을 1백 퍼센트 공개하면 안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크라우치 엔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고 출판계가 그립다. 안드레아스와 나 사이에서 돈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다. 인생이 예술을 모방할지 몰라도ㅡ대개는 거기에 못 미친다.(284p)

 

 

 

ㅡ 앤서니 호로비츠, <맥파이 살인 사건> 中,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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