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

 

 

반짝하고 떠오른 몇 개의 단상을 엮어서 써낸 소설. 대단치 않고 역시나 우리의 젊은 작가님은 요즘 이슈가 되는 것들은 다 늘어놓고 있다. 관건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일 텐데 조금도 흥이 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보험금 보상 청구를 둘러싼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보험금 청구 과정이 유도하는 것은 결국 이렇게까지 해야만 겨우 돈이 될까 말까 한 영역들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이제는 지난 시대에 버려두어야 할 것들, 그게 바로 예단예물이라는 것을 보험 청구 과정을 통해 은연중에 전달하는 것이다.(169p)

 

 

우리는 그날 가슴 깊은 곳에 있던 비밀을 돌다리 놓듯 털어놓다가 거기까지 도달한 거였는데, 굉장히 심각한 안나의 반응 때문에 나는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한강공원이고 저만치 다리 위를 통과하는 지하철 한 대와 다음 지하철 한 대 사이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 비밀 털어놓기를 하다가 갑자기 현실의 모서리 같은 걸 인지하게 되었다는 말인데, 누구나 접어두고 싶은 모서리를 갖게 마련이고 그때 중요한 건 모서리를 접었다는 행위이지 접힌 페이지 속의 내용을 다시 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나의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안나는 기꺼이 그 페이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이다.(240p)

 

 

 

ㅡ 윤고은, <도서관 런웨이> 中,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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