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0

 

 

그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쩌다 슈거하이츠에서 난장판을 벌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 속에 남은 것이라고는 시커모어가에 있는 그의 집뿐이었다. 그리고 트렁크도, 트렁크를 묻은 것도. 존 로스스타인에게서 뺏은 200달러가 주머니에 있었고 그는 머리가 아프고 외로워서 맥주를 사러 조니스에 갔었다. 점원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던 건 분명한데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야구 얘기를 했나?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그라운드로그스 야구모자가 있었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이 후로는 거의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따름이었다. 주황색 점프슈트를 입고 눈을 뜨면 누구라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그는 침대로 기어가서 그 위로 올라가 무릎을 가슴에 대고 끌어안았다. 유치장 안이 추웠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 점원한테 좋아하는 술집이 있느냐고 물어봤을지 몰라.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데가 있느냐고. 그리고 거기 갔겠지, 안 그래? 가서 퍼마셨겠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그냥 몇 잔 마신 것도 아니고 일어나려고 했다가 고꾸라지면서 얼굴을 갈아먹을 정도로 마셨겠지.

분명 그랬겠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그것만으로도 심란한데 그 뒤로 어떤 미친 짓거리를 벌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으니 더욱 심란했다. 그는 세 잔 마시고 나면(두 잔 만에 그렇게 될 때도 있었다.) 시커먼 구멍 속으로 추락해서 다음 날 숙취는 있지만 정신은 멀쩡하게 깨어날 때까지 밖으로 기어나오지 못했다.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필름이 끊기면 십중팔구···· 깽판을 쳤다. 그는 깽판을 치다 리어뷰 소년원 신세를 졌고, 여기 신세를 지게 된 것도 분명 그 때문일 것이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만.

(...)

하지만 그가 무슨 수로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는 술에 취하면 어느 날이건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날’로 변신했다. 그 검은 짐승이 등장했다. 십 대 때는 그 짐승이 슈거하이츠의 그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고 무음 도난 경보에 반응해 출동한 경찰에게 야경봉으로 맞아서 기절할 때까지 반항했었다.(116-119p)

 

 

 

ㅡ 스티븐 킹, <파인더스 키퍼스> 中,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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