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4

 

 

처남은 말짱한 상태에서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취하면 견디기 힘든 사람으로 변했다. 그러나 한 가지 바람직한 면이 있었으니, 원칙적으로 절대 혼자선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75p)

 

 

두 사람은 오래 알아온 사이로 수많은 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둘은 좋은 친구였으며, 상대 언어를 얼마나 쉽게 익혔는지를 과장되게 떠벌리곤 했다. 보통의 스칸디나비아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다소 냉소적으로 덧붙이는 것도 결코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윽고 그 순간이 왔다. 회의나 다른 고위층 모임에서 어울리기를 십여 년, 두 사람은 함마르의 시골 별장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보니 지극히 간단한 일상 대화마저 나눌 수 없었다. 덴마크인이 지도를 빌려달라고 말하자, 함마르는 자기가 찍힌 사진을 가져왔다. 그걸로 끝이었다. 두 사람의 세계 중 한 부분이 무너졌다. 한심한 오해로 점철된 형식적인 파티를 몇 시간 보낸 뒤 두 사람은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알고 보니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363-364p)

 

 

ㅡ 마이 셰발, 페르 발뢰, <사라진 소방차> 中,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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