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17

 

 

 

“살면서 말이지,” 그가 말한다. “난 내가 뭘 안 원하는지밖에 몰랐어. 늘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 하나가 있거든, 그래서 항상 생각을 해, 이 가시만 빠지면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한데 막상 그 가시가 빠지고 나면 또 텅 빈 기분이 되더라고. 그러다 금세 또 새로운 가시가 옆구리를 파고들지. 그러면 또다시 그 가시에서 벗어날 생각밖에 할 수가 없는 거야. 도무지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31p)

 

 

“어떤 무리에 속한 사람이든 여느 누구만큼이나 똑같이 좋은 사람들이다.” 키츠가 스물다섯도 되기 전에 알았던 사실을 나는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었다. 이제 나를 기다리는 건 셰익스피어식 인생이었다. 그렇게 경험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키츠는 최소한의 인간적 교류만으로도 스스로 확보해둔 명료한 내면에 가닿을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과 그게 가능했다. 자기와의 대화가 자양분이 되는 정신의 천국에 그는 살았던 것이다. 나는 망명이라는 연옥에 갇혀 앞으로도 평생 마침맞은 대화 상대를 찾아 헤맬 텐데.(65p)

 

 

 

ㅡ 비비언 고닉, <짝 없는 여자와 도시> 中, 클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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