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도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일요일이 형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해하지 못했다. 엿새 동안의 어두웠던 정신 작용을 이날 하루에 산뜻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형은 많은 희망사항을 이십사 시간 속에 던져 넣는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열 개 중에 두세 개도 실행하지 못했다. 아니 그 두세 개조차 모처럼 실행하려고 하면 도리어 그로 인해 소비되는 시간이 아까워져 꼼짝 않고 지내는 사이에 일요일은 어느덧 저물어버리기 일쑤였다. (p33)

그는 오래도록 문밖에서 서성이는 운명으로 태어난 듯했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도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통과할 수 없는 문이라면, 일부러 거기까지 찾아가는 건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견고한 문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p264)


ㅡ 나쓰메 소세키, <문> 中,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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