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3

 

너무 억지스럽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영상화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 같은 느낌.

 

 

 

“푸르니에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죠.” 알랭은 범죄를 마주한 대다수의 인간은 사건의 주인공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온갖 성품을 가져다 붙이며 그들을 포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겼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살인범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며 틀림없이 과묵하고 그러면서도 마을에 기여하는 이웃으로 묘사되는 반면, 희생자는 화목한 가정을 수호하고 회사에 충성하며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는 존재다. 알랭은 살인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걸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 “그 개자식이 칼을 빼 들었다는 게 놀랍지도 않아요. 아주 못된 후레자식이거든요!” 희생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등신은 인사 한마디 안 하고 차도 아무 데나 갖다 세워 두는 데다 마누라와 자식들에게 고함지르는 게 일상인 놈이었어요.”(164p)

 

 

 

ㅡ 앙투안 로랭, <익명 소설> 中, 하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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