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21

 

무미건조하다.

 

 

카니가 떠난 뒤로 칼은 딴 사람이 돼버렸어요. 집 밖이나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저 괜찮아 보였지만 사실은 변했던 거예요. 딸을 무척 사랑했어요. 나보다, 진보다요.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칼은 진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이따금 비판적인 역할을 할 때만 빼놓고요. 아이를 꾸짖어 바로잡는 것 말이에요. 그런 문제에 대해 내가 여러 번 이야기해봤지만 그때마다 앞으로 고치겠다고 했을 뿐, 결코 전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그것은 진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어요. 분명히 그랬어요. 나라도 보상해주려고 노력해봤지만 도무지 효과가 없었어요.(122p)

 

 

진과 그 일이 있은 뒤로도 애디와 루이스는 계속 만났다. 그는 밤에 그녀의 집에 왔지만 이제 전과 달랐다. 예전의 편안한 즐거움과 발견의 분위기가 없었다. 차츰 루이스가 오지 않는 날이 생겼고 애디 또한 루이스와 함께 누워 있기보다는 혼자서 책을 보고 싶은 밤이 늘었다. 그녀는 옷을 벗고 그를 기다리기를 멈췄다. 그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손을 잡긴 했지만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습관과 쓸쓸함, 그리고 예감된 외로움과 낙심 때문이었다. 마치 다가올 무엇에 대비하여 이런 순간들을 비축해두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깨어 말없이 함께 누워 있을 뿐 이젠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180p)

 

 

 

ㅡ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中, 뮤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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