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15

 

후반부의 김영총 씨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억해두었다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다큐멘터리가 완성된다면 꼭 봐야지.

 

 

한도현: 출생부터 지금의 나를 만들어온 굵직한 사건들은 다 얘기했기 때문에 뭐라고 할까, 정말 인사이드 아웃이 돼버린 것 같아요. 좋으면서도 무섭네요. 우리 이야기 나눌 때 그런 모습은 별로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으니까. 당신은 지금 내 모습의 원인과 결과를 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쟤 이상해, 하고 거리를 두진 않더라도, 굳이 가까이하진 않을 수 있겠다 싶어요. 내 모든 면을 다 보여줬으니 나한테 호감을 갖긴 어렵겠죠. 그런데 더 가까워져서 신기해요.

 

정성은: 상대의 안 좋은 모습까지 다 알게 되면 거리를 두기보다 오히려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이 더 많을걸요. 카사노바도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부터 얘기한다고 하잖아요. 그 사람의 맥락을 다 알게 되면 이해 못할 일이 없고,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면 세상은 뭐든 이해해줍니다.(176-177p)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면 어떤 기분이야?” 키스는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 초등학생을 달래듯 그는 말했다. “그런데 있잖아, 연애한다고 해서 매일 신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야. 그냥 같이 맛있는 거 먹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내 편이 생기는 거지. 내가 보기엔 네가 더 재밌게 사는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인지 연애를 해보고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여행을 훌쩍 떠나도 그것만으로는 기쁨이 영원하지 않다. 또다시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193-194p)

 

 

ㅡ 정성은, <궁금한 건 당신> 中, 안온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