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13

 

 

냉소적이고 차가우며 이기적인 사람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외로움이라...

-처벌은 뭔가?

-처벌? 글쎄요. 일상적인 게 되겠죠.

-일상적이라면?

-, 외로움이요.

-외로움이라.

-맞습니다, 외로움.

 

 

 

잉마르 베리만,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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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을 응시하면 안 되는 거야. 무례한 거야. 기분 나빠한단다.

왜 우울한지 알고 싶었어요. 뒤에선 볼 수 없으니까요.

그녀가 우울한지 어떻게 아니?

지난밤에 크게 싸웠거든요. 문으로 다 들었어요.

정말?

아빠, 난 아빠가 보는 걸 못 보지만 아빤 내가 보는 걸 못 보잖아요. 아빠가 보는 걸 어떻게 내가 볼 수 있죠?

좋은 질문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게 카메라가 필요한 이유란다. 하나 갖고 싶니?

아빠, 진실의 반을 볼 순 없을까요?

뭐? 이해가 안 가는구나.

앞에서만 볼 수 있지, 뒤에 있으면 못 보잖아요.

그러니 진실의 반만 보는 거죠.

 

 

 

영화 좋았어?

약간 심각했어.

코미디를 더 좋아해?

그렇진 않지만, 너무 슬플 필요는 없다고 봐.

인생이 슬픔과 행복의 혼합이잖아. 영화는 인생과 같아.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거야.

그럼 영화가 왜 필요해? 그냥 집에 앉아서 인생을 살면 되는데.

삼촌이 말씀하시길, '우린 영화가 발명된 이후로 삶을 세 번 산다'고 하셨어.

그게 어떻게 가능해?

영화가 두 번의 삶을 준단 뜻이야. 일상생활을 통해 얻는 삶 외에도 예를 들면 살인이라든지. 우린 사람을 죽이진 않지만 살인 충동은 있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게 되는 거야.

그러면 뭐가 이득인데? 인생이 그렇게 끔찍하면 왜 살아?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언제든 돌려 받기 마련이야. 사람을 살해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그건 하나의 예일 뿐이야. 다른 이유도 많아. 삼촌은 역시 말씀하셨지. 구름이 없고 나무가 없다면 아름답지 않다고. 우리도 마찬가지일 거야.

 

 

ㅡ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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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윤가은, <우리들>

from Movie 2017. 5. 2. 11:43

러브 액츄얼리의 여러 등장인물 중 엄마를 잃은 11살 소년은 첫사랑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걸 본 아빠는 어린 나이에 무슨 사랑을 알겠냐는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과연 그럴까? 이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질문을 해봤다. 어린이의 삶이 어른의 삶보다 훨씬 쉬울까? 그럴 리가. 결혼한 사람에 비해 홀로 사는 사람의 삶의 더 자유롭고 덜 고단한 게 아니듯, 성인에 비해 어린이의 삶이 더 쉽거나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성인의 입장에서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과거의 나쁜 기억은 꾸준히 퇴색되어 잊히고, 좋은 기억만 선택적으로 남아 미화되기 마련이라 어렸을 때는 심각한 생각이나 고민도 없이 마냥 즐겁게 살았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게 생각만큼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배우들 연기가 대부분 좋지만, 도입부터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 연기만으로 주인공(이선)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다른 인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비단 아역이라는 범주로 한정할 필요 없이 그냥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 연령대와 성별이 다르긴 하지만 ‘파수꾼’과 비교하며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

   

 

ㅡ 윤가은,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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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 스토커

from Movie 2015. 1. 5. 07:12
"You know I've often wondered why it is we have children in the first place,

And the conclusion I've come to is... At some point in our lives, we realize things are...

They're screwed up beyond repair. So we decide to start again.

Wipe the slate clean, start fresh. And we have children. ...

Little karma copies, we can turn to and say you will do what I could not.

You will succeed where I have failed. Because we want someone to get it right this time."


ㅡ 박찬욱, <스토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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