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22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땡볕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결코 화내지 아니하며
늘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먹으며
모든 일에
제 이익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깨달아
그리고 잊지 않고
들판 숲속 그늘에 지붕을 새로 이은
작은 오두막에서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가서 돌봐주고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가 계시면
가서 그 볏단을 져주고
남쪽에 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해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말리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위 닥친 여름에는 어찌할 바 몰라 허둥거리고
모든 사람에게 바보 소리를 들으며
칭찬도 듣지 않지만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96p)
ㅡ 마츠다 나오코, <중쇄를 찍자 1권> 中, 애니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