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4
에스키모 어휘에 관한 이야기가 내 연구계획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100년 동안의 인류학적 과오>라는 제목으로 집필중인 책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고약한 전문적 무능력의 사례를 수집해 왔습니다.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됐지만, 해당 분야의 상투적 지식으로 둔갑해 알게 모르게 각종 교과서에 수록된 인류학의 진부한 이야기들 말입니다. 사모아에는 프리섹스 관습이 있어서 범죄와 스트레스가 없다는 이야기, ‘점잖은’ 아라페쉬족과 같이 성이 반전된 문화(남자들은 사람 사냥꾼임), ‘석기시대의 생활에 머물러 있는’ 원시적인 타사다이족(부패한 필리핀 문화부장관이 모계사회 ‘원주민’이라고 조작한 부락민들), 문명의 여명기에 존재했던 모계사회, 근본적으로 상이한 호피족의 시간개념, 모든 것이 이곳과는 반대하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 기타 등등···.
이것들을 하나로 꿰는 하나의 맥락이 있습니다. 철저한 문화상대주의에 물든 인류학자들은 오직 상식만을 갖춘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터무니없는 것들에 현혹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마치 카스테녜다의 돈주안 이야기와 흡사한 것들ㅡ내가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들ㅡ이 수많은 교과서에 엄연한 사실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의 직업적 ‘전문성’이 그들을 완전하고도 철저한 얼간이로 만들어 왔던 셈입니다. 근본주의가 기적에 대한 설명을 수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똑같이 훈련된 인류학적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그 어떤 이국적인 설명들도 믿게끔 해 줍니다. 실제로 이러한 많은 엉뚱한 것들이 모든 학식 있는 사회과학자들의 표준적인 지적 장치의 일부가 되어 다양한 정신적·사회적 현상에 대한 균형 있는 추리에 영구적인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내 생각에 이것은 나를 영구적인 고용불능자로 만들 것이라 생각하므로 나는 이것을 조만간에 끝낼 계획이 없습니다.(628~629p)
ㅡ 스티븐 핑커, <언어본능> 中, 동녘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