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17

 

 

큰 줄기에서 보면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고 인용하는 연구들이 의심스러운 부분들도 있지만 마케팅과 광고 세상에 대해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들과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가볍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틀리지 않는 법을 읽다가 힘들면 쉬어가는 느낌으로 정신의학의 탄생과 이 책을 함께 읽음. 심심하면 영화 존시스도 찾아봐야지.

 

 

 

음식, 음료수, , 신발, 화장품, 샴푸 등 다양한 제품들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호들이 상당 부분 어린 시절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그만큼 두뇌 깊숙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심각한 뇌졸중을 겪은 이후에도 어릴 적 좋아했던 딸기 향이 그대로 살아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이 특정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취향, 또는 그 가치가 이미 7세 무렵에 개인의 마음속에 뿌리내린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하지만 이 책 전반에서 소개하고 있는 치밀한 마케터, 간교한 광고업체, 오로지 이윤만을 좇는 기업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나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기호가 그보다 훨씬 전인 4~5세 무렵에 이미 뚜렷한 형태로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20-21p)

 

 

어릴 때 사용했던 브랜드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은 향수nostalgia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속해서 살펴보겠지만, 특정 제품과 관련된 향수는 섬세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마케터들이 우리의 두뇌 속에 심어놓은 것이다.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집,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따스한 추억과 연결시키도록 조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과거로 돌아가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내 친구 하나는 오로지 크레스트 치약만을 고집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치약을 쓰면 부모님을 배신한다는 생각이 들어.”(42p)

 

 

많은 연구 결과들은 항균 세정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신종 인플루엔자와 사스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 바이러스들은 공기 중 수분 입자를 타고 전파된다. 즉 감염된 사람들의 재채기나 기침에 의해, 또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오염된 물체를 접촉한 손으로 눈이나 코를 문지를 때 전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우리 모두를 항균 마니아로 몰아갔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최대 세정제 생산 기업인 퓨렐의 매출은 50%나 성장했다. 또 클로록스 세척제는 2009년 이후 23%의 성장을 일구어냈다.(48p)

 

 

예를 들어 켈로그는 신종 인플루엔자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한 면역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라이스 크리스피와 코코아 크리스피를 새로 출시했다. 그리고 이를 면역 체계를 도와주는 항산화제와 영양분을 담고 있다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에는 몸에 나쁜 설탕이 40%나 들어 있다.(51p)

 

 

상어의 습격으로 사람이 죽을 확률이 야자나무에서 떨어진 코코넛을 맞고 죽는 확률보다 더 낮다고 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상어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나 드라마를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난 우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53p)

 

 

사실 마멀레이드는 신선 식품이 아니다. 만들자마자 팔아야 하는 그런 식품이 아닌 것이다. 여러분이 집어 든 마멀레이드는 이미 8개월 전부터 그 매대 위에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에게 그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마멀레이드 마케터들은 병뚜껑에 흰색 스티커 띠를 부착함으로써 신선함이라고 하는 환상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 띠가 온전하게 붙어 있다는 말은 아무도 뚜껑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띠는 소비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신선한 제품을 고르신 겁니다!’

호텔 역시 이와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호텔 직원들은 욕실 변기 뚜껑 위에 종이 띠를 감아두거나, 미니바 위의 물 컵에 종이 뚜껑을 덮어놓는다. 보잘것없는 종이 한 장으로 청소 후에 아무도 변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아무도 그 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환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참으로 놀랍다. 그리고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 호텔 직원의 고백에 따르면, 그들은 설거지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건으로만 닦아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뚜껑은 손님들에게 청결함의 환상을 선사하고 있다.(72-73p)

 

 

홀푸드 매장 어디에서나 얼음 매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진열해놓은 후머스나 오이 요거트 딥같은 식품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식품들도 이렇게 냉동 보관할 필요가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서 얼음은 홀푸드의 또 다른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즉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식품들이 신선함으로 가득하다는 인상을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세균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무의식은 토르티야, 핫도그, 피클 같은 음식들마저도 얼음 침대 위에 있을 때 더 신선하고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소다 음료나 주스는 적당히 땀을 흘리고 있어야 한다. 전문용어로 스웨팅sweating'이라고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매장들은 주스와 우유가 들어 있는 냉장고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와 비슷하게 대형 슈퍼마켓들은 채소에 물을 뿌려 이슬방울이 달리게 한다. 이는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된 유행이다. 얼음침대와 마찬가지로 스프링클러 시스템 역시 신선함과 순수함의 상징을 맡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슬방울이 달려 있을 때 채소는 더 빨리 시든다고 한다. 인식과 현실 사이에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75p)

 

 

내 친구 한 명은 예전에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에서 고기잡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잡은 고기를 주로 그 지역의 유명 레스토랑인 로스 아브리고스에 납품하였다. 그런데 그 레스토랑 사장은 그에게 특별한 요청을 했다. 그것은 그가 잡은 해산물들을 그 레스토랑이 아니라, 인근의 작은 항구에 있는 조그맣고 오래된 배로 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 배는 내 친구는 물론 당시 어떤 어부들도 사용하지 않는 구식이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은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늙은 스페인 어부가 모는 조그마한 배가 천천히 항구로 들어와서, 마치 자신이 갓 잡아 올린 양 그 생선들을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건네주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된다. 그야말로 완벽한 연출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모두 거기에 속아 넘어간다. 덕분에 레스토랑은 언제나 손님들로 넘쳐나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다 지쳐 그냥 돌아간다.(80-81p)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석류가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완화시키고, ‘혈중지질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그게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라더라도).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체 누가 이러한 연구의 자금줄을 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로 희한하게 생긴 석류 주스를 생산하고 있는 ‘POM 원더풀이 있다. 어떠한 분야든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한다면, 그 어떤 제품에 대해서도 단점을 보완하는 증거를 발견해낼 수 있다. 현재 POM55건의 연구에 자금을 대고 있으며, 전 세계 과학자 및 대학들을 대상으로 3400만 달러 이상의 연구지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석류는 우리 몸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다른 과일들, 채소, 생선, 오트밀, 올리브 오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운동, 체중 조절 역시 비슷한 정도로 우리 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석류 주스에 값비싼 항산화제가 들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다. 항산화제의 기능에 대해서 할인매장이나 건강식품의 매장에서 외치는 내용들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책하지는 말자. 여러분만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말해서 항산화제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불안정한 물질인 활성산소를 중화시키거나 분해하는 물질을 말한다. 오염된 환경, 지나친 직사광선, 건강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인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생성된 활성산소를 없애기 위해 이상하게 생긴 보라색 주스 1온스(28g)에 굳이 2달러나 지불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네팔이나 열대우림으로 여행을 갈 필요도 없다. 우리 곁에 있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로부터 항산화제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 대학교의 데이비드 젬스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음식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이 아니라 과식이다.····· 충분한 운동을 하자.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보자.”(286-287p)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연적인이라는 표현이 건강한과 동일한 의미라고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거짓말이다. ‘자연적인이라는 표현이 FDA 규제 범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어떤 기업이라도 모든 제품에 자연적인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실제 감자 조각이 아니라, 감자를 가공하여 만든 감자 칩은 기술적 차원에서 자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방과 나트륨 함유량이 높고 영양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가공식품에 불과하다.(289p)

 

 

과일로 만든 스낵이나 음료수, 시리얼, 쿠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또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포장 박스에서 주장하고 있는 생과일로 만든또는 생과일즙을 담은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이러한 표현을 쓰기 위해 식품이나 음료수에 생과일을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딸기향 롤빵 한 덩어리에 과즙 반 방울이랑 설탕 8g이 들어 있다고 해도 절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는 식품업체들이 아이들과 지갑을 들고 다니는 부모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겠다. 다시 주스 제품으로 시선을 돌려, 칼슘 첨가 오렌지 주스같이 영양분을 강화했다는 주장은 어떠한가?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사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인스턴트식품에 영양분을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 가령 프루트 룹스는 이제 섬유소를 드세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3/4컵에 해당하는 시리얼에 들어 있는 9g의 설탕은 미약하게 첨가된 섬유소의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우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품 마케터들은 종종 낮은 트랜스지방이라는 표현을 내세우기도 한다. 식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기름에 수소를 첨가할 때 생성되는 지방인 트랜스지방이, 미국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가장 주요한 원인인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몇 년 전 FDA의 발표를 떠올려보자. 당연하게도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식품 기업들은 그 발표 이후 즉각 제품 포장에서 트랜스지방 제로를 외쳐대고 있다. 이러한 표기에 대한 가이드라인 덕분에 이 제품들의 트랜스지방 수치는 실제로 1인분당 0.5g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트랜스지방은 낮은 대신 포화지방이 높다는 사실이다. 포화지방은 트랜스지방만큼 우리 심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류탄이나 칼을 숨기고 다니면서 총은 없습니다!”라고 외치는 형국이다.(292p)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비타민이 들어 있는 음료나 알약에 돈을 쓰기보다 적정량의 건강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294p)

ㅋㅋㅋㅋ 내가 썼다면 여기에 선크림을 추가했을 듯.

 

 

그렇다면 이처럼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기업들의 제품을 돈을 더 많이 주고 소비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아사이베리 주스를 마시면서 우리 몸이 더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만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많은 징후들이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 결과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제품들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다소 책임감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유기농 햄버거를 먹고 친환경 프리우스를 몰면서 동시에 악어가죽 부츠를 싣고 콜라 캔을 함부로 버림으로기존의 선행을 상쇄시킨다. 한 연구는 하이브리드 차 운전자들이 실제로 주행 거리가 더 길고, 교통 위반을 더 많이 저지르고, 사고를 더 많이 내고, 심지어 보행자들에게 상해를 더 많이 입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하이브리드 차처럼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제품을 소비하는 행동이 오늘날 일종의 과시적 소비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감탄을 받기 위한 행동이 되어버렸다.

(...)

실제로 많은 소비자 단체들이 도요타를 세계적인 친환경 브랜드로 꼽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도요타는 자동차기업이 아니던가?

프리우스의 마케팅 전략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경쟁적 이타주의에 대한 완벽한 사례라 하겠다. 하이브리드 차를 몰고,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처럼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기보다, 자비심을 뽐내고 사회적 명성을 높이고 싶다는 욕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경쟁적 이타주의의 개념을 지지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환경 의식이 투철한 소비자들은 아무도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지 않을 때,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일을 회피하는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전구를 살 때, 이들은 환경과는 무관하고 도덕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기업들의 (그리고 더 싼) 제품들을 구매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볼 수 있는 곳에서는 재활용 포장지에 들어 있는 LED 전구를 선택한다.(299-301p)

 

 

희망이란 언젠가 이룰 수 있을 완벽한 가정, 또는 꿈꾸고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떠안아야 할 부채와 같은 존재다. 그리고 소음 가득한 도시 한복판에 살면서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 사야 할 다양한 캠핑 장비이기도 하다. 또 한 번도 타보지 못할지 모르는 카약을 차에 매달기 위한 카약랙이자, 절대 도전해보지 못할 험준한 산을 위한 등산화, 그리고 한 번도 펼쳐 보지 못할 수도 있는 텐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찾아가는 헬스클럽이자, 후손들에게 더 좋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선택하는 목초 먹인 소의 고기이며, 언젠가, 어디선가 입게 될 것이라 상상하면서 사놓은 값비싼 옷이자, 우리의 인생을 더 멋있게 만들어주겠다고 주장하는 모든 제품들이다.(307p)

 

 

제조기업 및 유통업체들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성이 하루, 일주일, , 년 단위로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로 우리는 세일 품목을 건지기 위해 매장을 찾지만, 절박한 상황이나 심각하게 배가 고플 때에는 가격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과 관련하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첨단 데이터 마이닝 기술 덕분에 오늘날 일부국가의 할인매장과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람들이 언제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하려고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에 따라 가격을 수정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가격표가 등장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일부 대형마트들은 거의 하루 단위로 가격표를 수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심지어 시간 단위로 조정을 하는 마트도 있다.(339p)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마케팅과 광고 세상에서 우연이란 없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케터와 광고업체들이 소비자를 압박하고, 부추기고,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속임수와 음모, 그리고 거짓과 조작을 확인했다. 공포와 성, 유명인, 뉴에이지 비전, 불안, 향수, 데이터 마이닝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도 알아보았다.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우리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두려움과 꿈, 욕망을 먹이로 삼는 전략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너무나 어린 나이부터, 심지어 엄마 배 속에서부터 공략하고, 때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들을 동원하여 우리를 평생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에 대해서도 들여다봤다. 그리고 구매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동료압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했다.(360-361p)

 

 

어쩌면 당연하게도 챗스래즈 연구 팀은 이웃들이 그들 부부의 미묘한 제안을 접하고 나서 갖고 싶고 사고 싶어했던 것들 중에는 유명한 대형 브랜드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기존의 광고 전략이 구전 마케팅에 의해 확대되었을 때 최고의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나의 이론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실험을 통해 구전 마케팅의 엄청난 힘에 깜짝 놀랐다. 사실 그동안 나는 동료압박의 위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이웃들은 모겐슨 가족이 추천했던 것들 중 평균 세 가지 브랜드 제품들을 구매했다는 결과는 이러한 걱정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번 실험이 모겐슨 가족의 실제 소비 패턴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을 때 에릭과 지나, 그리고 세 아이들은 한 달 동안 떠들고 다녔던 열 가지 브랜드들 중 6개를 계속해서 구매하고 사용하고 있었다.’(372p)

 

 

fMRI 연구팀은 6주 동안 6주 동안 수백만 건에 달하는 분석 작업을 마치고 마침내 내게 결과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나는 비로소 모겐슨 가족이 이웃 주민들을 저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케팅 위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게 되었다.

기존의 TV나 잡지 광고와는 달리 다른 사람이 어떤 자동차나 책, 뮤지션, 화장품, 와인을 추천할 때 우리 두뇌 속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성적, 실무적인 영역은 그 활성화 정도가 크게 떨어지는 반면, 욕망, 역겨움, 자신감, 수치, 죄책감, 동정, 그리고 사랑과 같은 사회적 감성을 담당하는 두뇌 영역인 뇌도insula는 크게 활성화된다. 또한 스캔을 통해 나온 자료들은 동료의 추천이 두뇌의 감각 영역을 자극하고, 앞서 중독에 관해 논의하면서 설명했던 생물학적 욕망과 유사한 감각도 자극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구전 효과는 우리 두뇌 속 다양한 트랙 위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쇼핑학에서 한 실험을 통해 밝힌 것처럼,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두뇌의 더 많은 트랙에 영향을 미칠수록 우리는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며, 자연스럽게 그 추천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두뇌의 메커니즘은 오늘 아침에 보았던 TV 광고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반면, 구전으로 인한 정보는 몇 주일 동안 기억 속에 보존될 수 있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설명해주고 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두뇌의 메커니즘은 구전 정보를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문을 퍼뜨리려는 심리의 진화적 근거를 파헤치는 최근의 한 연구는(소문을 퍼뜨리는 것 역시 구전 마케팅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뭔가 좋은 것을 추천할 때(가령 이 와인 정말 맛있어라든가 이 화장품을 쓰면 5년은 젊어 보일 거야”). 그리고 우리가 그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두뇌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그리고 중독은 물론 감각추구와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보상으로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들한테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추천을 들을 때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마다 우리의 두뇌는 감성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물론, 실질적인 화학적 보상을 선사하는 것이다. 즉 그와 같은 표현이 흘러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375-376p)

 

 

2011년 하버드 대학의 바랏 아난드와 전 객원 연구원인 알렉산더 로진스키는 신뢰하고 인정하는 인물이 추천할 때 사람들은 그 제품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들이 유명 인쇄매체와 온라인 뉴스사이트에 동일한 광고를 각각 게재했을 때 사람들은 유명 인쇄매체를 더 강하게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조작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고 자연발생적이라고 인식될 때 구전효과는 가장 강력한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모겐슨 가족의 실험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모겐슨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고, 성공적이고, 부유하고, 매력적이고, 화목한 가정이었다. 우리 모두가 선망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다. 간단하게 말해 사람들이 존경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이상형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웃들이 그들을 쉽게 신뢰했던 것이다.

우리 각자의 사회적 인맥 내부에는 모겐슨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 있다.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들이 사고 행동하는 것들을 그대로 따라 함으로써 그들이 누리고 있는 성공과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느낀다. 인기가 높은 유명인들과 마찬가지로 모겐슨 가족에 대한, 또는 모겐슨에 해당하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인정과 존경은 우리 자신을 그들이 추천하는 모든 브랜드로 넘어가게 만든다.(381p)

 

 

마틴 린드스트롬,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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