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9

 

 

1. 내가 아무리 자기계발서를 비웃음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단히 책을 출간하며 계속해서 승승장구한다. 하긴 내가 뭐라고 그들이 신경이나 쓰겠는가. 나도 남들처럼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나태했던 나를 반성하고 열심히 살아야 할 텐데 이 같은 책에 일관되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 걸 보면 이번 생은 여지없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 저자의 취지는 이해하나 너무나 단순한 책이다.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즉 시간을 어떻게 선택하고, 사용하고, 투자하는가를 얘기하는 책이며 조언이랍시고 알려주는 내용이 책을 열심히 읽어라, 멘토의 조언을 얻어라, 항상 휴가 전날의 마음가짐으로 일하라 등등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소리를 열심히 나열하고 있다. 계속 읽으면 무언가 굉장한 게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더 읽어도 뭐 더 없다. 이게 끝이다. ‘레버리지’라는 경제용어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고 그 장단점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하고 읽을 생각이면 책을 내려놓으시길.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 제시된 여러 전략을 빡빡하게 적용하는 사람을 생각해봤다. 주지하다시피 매시간을 긴장되고도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고 쉬이 지치기 마련이다. 금방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올 테고 다시 나태하고 타성에 젖은 채로 살다가,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또 자기계발서를 뒤적이며 의욕을 고취하는 이런 과정이야말로 너무나 소모적이지 않을까. 여러 번 얘기한 것 같아 지겹지만, 자기계발서의 한계는 명확하다. 첫째, 성공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다. 모든 문제를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도 웃기지만 모든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조소를 불러옴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를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만 돌린다. 둘째, 저자가 성공했던 사회적 배경과 이 책을 읽을 사람이 처해 있는 사회적 배경은 같지 않다. 특정 나라에 효과적이었던 경제 정책이나 교육 정책 등을 다른 나라에 도입하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각 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상황이 상이하고, 그에 따라 각 나라 사람들의 사고체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손에 쥔 사람들은 경험, 나이, 사고방식 등 생활 전반에서 저자와 일치하는 부분이 드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그 방법을 따라 한다고 해서 저자가 말한 만큼의 성취를 이룰 리 만무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자기 계발을 했으니 너도 이 방법을 참고하면 나처럼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말이지 자기계발서로 자기계발이 되는 유일한 사람은 그 책을 흔쾌히 사주는 사람으로 인해 돈을 버는 ‘저자’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ㅡ 롭 무어, <레버리지> 中, 다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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